황정민-이정재, 이런 명콤비의 탄생이라니..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3.03.10 09: 36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한국영화사에 멋진 남자배우 콤비 한 쌍이 새로 기록됐다. '신세계' 황정민과 이정재다. 전혀 어울릴 것같지 않은 두 중년 배우가 서로 어깨에 손을 얹은 바로 그 순간, 어라! '투캅스' 안성기-박중훈이 부럽지 않을 명콤비의 탄생을 봤다. '어이! 브라더들~ 또 보고싶소.'
황정민은 1970년생. 이정재는 1973년생. 프로필 나이 그대로라면 황정민이 3년 선배다. 영화 속 조폭 넘버 2로 등장한 정청(황정민 분)과 그의 심복 자성(이정재 분)도 부하 관계를 떠나서 마치 의형제같은 사이다. 정청은 늘 자성을 '어이! 브라더'하고 부른다. 19금 범죄 누아르 '신세계'가 지난 9일 3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정청의 이 대사는 벌써 장안의 유행어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정청과 자성, 어느 명작 속 어떤 명콤비들보다 더 쫙쫙 달라붙는 찰떡 궁합을 자랑한다. 어찌보면 '내일을 향해 쏴라'의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처럼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멋진 주연들의 환상 하모니다. 달리보면 '덤앤더머'의 짐 캐리와 제프 다니엘스처럼 복창터질 두 못친소의 불협화음 앙상블로 관객을 즐겁게 하는 식이다.

한 쪽(황정민)은 느물거리고 한 쪽(이정재)은 까칠하며, 한 쪽(정청)은 원조 조폭이고 한 쪽(자성)은 경찰 프락치다. 또 파마 머리에 촌티 풀풀 패션으로 침 좀 뱉는 그 놈과 미끈하게 빠진 몸매에 멋진 수트로 맵시 팍팍 살리고 대기업 중역처럼 구는 그 분의 대비 또한 양 극에 섰다.
그런데 이 둘, 서로 주고받는 합(合)이 기막히다.  양 손바닥을 합쳐 공기 소리를 내며 "어이 브라더! 우리 X이나 치러가자"고 어깨동무를 하는 정청의 끈적한 눈빛. "형이나 가요"라고 이를 거절하며 짜증난 얼굴을 돌리는 자성의 우수에 찬 눈빛은 사실 영화 '신세계'의 모든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다.
더 이상 깊게 파고들면 스포일러다. 하지만 영화를 엔딩 크레딧 나오기 직전, 깜짝 에필로그까지 보고 나면 안다. 그리고 이 둘의 명연기에 무릎을 칠수밖에. 아! 그랬구나 라고. 황정민과 이정재는 영화내내 온 몸과 온 정신으로 연기한 것이다. 아니, 스크린 안에 대한민국을 주름잡는 두 배우는 없었고 정청과 자성만이 존재했다. 새삼 스럽게 황정민은 또 한 단계 연기력을 업그레이드 했구나, 이정재도 이제 배우로서 완성됐구나 하는 감탄을 금치못하게 된다.
또다시 영화 속 대사 몇 토막. 정청은 조직 안 헤게모니 다툼으로 걱정을 하는 듯한 자성을 토닥이며 “우리 브라더는 이 행님만 믿으면 돼야" 속삭인다. 중국 출장(?)을 다녀와서는 짝퉁 롤렉스 시계를 자성에게 선물하다 창피를 당하고도 "어이 브라더! (짝퉁)티나냐?". 그리고 영화 종반부. "브라더, 모질어라...모질어야 니가 산다."
대개의 경우 황정민이 강한 연기를 하고 이정재는 이를 조용히 받아치는 게 두 사람의 합이다. 황정민은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이후 오랜만에 제대로 된 악역을 맡아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고 이정재는 '도둑들'의 톡톡튀는 뽀빠이부터 두 편 연속해서 선악 모호한 이중적 삶의 고난도 인물을 맡았다.
'신세계' 흥행 후 황정민은 이정재를 극구 칭찬했다. "정청은 눈에 띌수 밖에 없는 역할이다. 모든 걸 눌러야하는 자성 역은 진짜 어려운 캐릭터인데 이정재가 정말 잘했다"고. 칭찬도 정청 식이다. 아마 이 얘기를 이정재가 들었다면 자성 식으로 답했을 것 같다. "이게 다 형님 덕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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