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해서는 다양한 투수들을 두루 기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앞으로 전형적이지 않은, 기술적으로도 많은 것을 갖춘 투수를 육성하는 부분에서도 힘쓰고 싶다”.
연이은 승부조작 사태들로 자국 리그 내 선수층까지 얇아졌고 급기야 4개 팀으로 소규모 프로리그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강한 대표팀을 만드는 자양분 중 하나는 바로 자국 리그의 튼실함이다. 셰장헝 대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의 한 마디는 많은 것을 일깨워줬다.
대만은 지난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제3회 WBC 2라운드 1조 패자부활전에서 0-14로 7회 콜드게임 완패를 당하며 가장 먼저 2라운드 탈락팀이 되었다. 6회말 2피홈런 포함 대거 8실점한 것이 결국 전의 상실에 이어 콜드게임 패배로 이어졌다.

경기 후 셰장헝 감독은 앞으로 대만 대표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대만 리그의 명투수 출신이자 퉁이 라이온스, 지금은 없어진 중신 웨일스 등의 감독직을 역임했던 그는 먼저 투수층을 두껍게 하는 보완 작업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투수진의 뎁스가 아쉬웠다. 소수 투수들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누굴 출격시켜도 승리로 매조질 수 있는 투수진의 전체적 상향 평준화가 이뤄졌으면 한다. 미래에는 대만이 세계 무대에서도 특별한 팀으로서 강력함을 갖출 수 있었으면 한다. 두꺼운 투수진과 기본기 함양. 그리고 그동안 자주 볼 수 있던 정형화된 투수가 아닌 특별한 개성을 갖춘 투수도 두루 발굴해내 다양한 투수를 출격시킬 수 있는 팀으로 변모했으면 한다”.
승부조작으로 인해 많은 유망주들과 주력 선수들을 잃은 대만 리그의 속내를 감안하면 셰장헝 감독의 말은 더욱 뼈아픈 자국 리그의 현실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그동안 수 차례 대형 승부조작 사건으로 인해 많은 유망주나 주축선수, 감독은 물론이고 팀 자체가 제명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2011년 아시아시리즈에 퉁이 라이온스를 이끌고 참여했던 뤼원성 감독은 몇 달 지나지 않아 승부조작과 관련해 영구제명되었다.
2008시즌 신생팀 디미디어 티렉스는 구단 고위층까지 연루된 승부조작으로 제명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신 웨일스도 운영난과 리그 파행 운용에 따른 우려 등을 이유로 들어 팀 해체를 선언했다. 셰장헝 감독은 중신 웨일스의 마지막 감독이었다. 그 외에도 대만 메이저리거 1세대 투수 차오진후이, ‘한국 킬러’이자 세이부의 우완 선발이던 장즈지아도 승부조작과 관련해 리그에서 제명되었다. 스타 플레이어도 승부조작 해일에 휘말려 사라졌으니 그 말고도 무수한 인력이 리그에서 자취를 감췄음을 알 수 있다.
밭이 황무지화 되다보니 대표팀에서도 믿을만한 투수들이 한정되어 있었다. 오랫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뛰었으나 지금은 무소속인 왕젠밍과 궈훙치 등을 믿고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뛰고 있으나 제구력이 미완이던 양야오쉰에게 많은 것을 걸 수 밖에 없었던 대만 대표팀 투수진의 현실이었다. 주력 투수들 대신 자국 투수들을 기용했으나 대거 8실점한 6회말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셰장헝 감독은 “투수진 뎁스를 두껍게”라는 말을 특별히 강조해서 이야기했다. 일본은 물론 한국도 기본적으로 리그의 자생력이 대표팀 전력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승부조작 사태로 인해 많은 자양분을 잃은 대만. 한국 프로야구도 아픔이 있는 만큼 이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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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일본)=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