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orld Baseball Classic)에 대한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한국 대표팀은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우리 대표팀은 네덜란드, 호주, 대만을 상대로 이긴 경기에서나 진 경기 모두에서 계속 대표팀에 거는 기대와는 맞지 않는 답답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경기의 승패를 떠나 선수들이 지혜롭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것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안타깝게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이유를 찾고 있다. 군 면제 혜택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비장함이 부족했다, 야구실력에서 국가간 격차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감독의 지도력이 문제였다, 팀을 최고 기량 선수들로 꾸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등 다양한 이유들이 거론되고 있다.
프로선수들로 국가대표선수를 선발하게 될 때, 그리고 그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반복되어 나타나는 질책들이다. 프로리그가 없고 국가대표로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가장 명예로운 종목들과는 달리 인기가 많은 프로팀이 있는 종목들에서 국가대항전을 준비할 때 사람들은 좀 더 다른, 더 높은 기대를 가진다. 경기에 대한 관심도 남달리 높고, 따라서 그 결과가 기대 이하일 때의 후 폭풍도 거세다.

이번 WBC에서는 대표팀 소집에서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대호를 제외하고는 해외에 있는 선수들이 참여하지 않았다. 1순위로 소집된 선수들이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게 되면서 팀을 베스트로 꾸리는 것이 어려웠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베스트로 꾸렸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현재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했더라면’이라는 가정은 실제로 벌어지지 않았던 일이므로 어떤 결과든 마음대로 예측할 수 있다.
이번 WBC 대표팀 선수들은 현재 상황에서 팀을 꾸릴 수 있는 베스트로 구성된 프로선수들이었다. 대표팀으로 그 포지션에 대한민국 대표로 현재 뽑힌 사람이 베스트이지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이 베스트가 아니다. 그들이 베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잘 못된 가정이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커리어를 스스로 진지하게 열심히 고민하며, 자신의 경력을 엄청난 경쟁압박을 견디어가며 쌓아왔던 프로선수들이다. 자신들의 행동의 결과가 어떻게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프로선수들이다. 그 포지션에 대한민국 대표로 뽑혔다면 누가 뭐라 하더라도 자신이 베스트라고 여기고, 최선의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해야 된다는 것을 잘 아는 프로선수들이다.
우리 대표팀에 정말 어떤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벌이질 수도 있는 일이 벌어진 것뿐이다. 경기에는 항상 이변이 있기 마련이다. 만일 실력을 순위대로 줄 세우고 그 순위대로 승자를 가릴 것이라면 우리는 경기를 매번 진지하게 응원하며 관람할 이유가 없다.
제1회 대회 때부터 계속 이어가길 바랐던 WBC에서의 선전이 중단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탓할 그 무엇이 필요했을 수 있다. 하지만 정말 대표팀을 꾸리는 절차부터 현 대표팀의 경기 운용능력 및 경기력에 진정 문제가 있고, 문제의 개선이 필요해서 이러한 결과가 벌어진 이유에 대해 찾는 것이라면, 벌어지지도 않았을 가정들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다.
문제점들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차분하게 이번 WBC에서 우리 대표팀이 잘 한 것들에도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또 우리나라 국가대표팀 선수들과 감독들을 베스트로서 존중하고, 그들이 경기에서 그 당시에 최선을 다했을 것에 대해 인정해주는 것부터 문제의 실타래를 풀기 시작해야 한다.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플레이가 결과적으로 좋지 못했다면, 앞으로 같은 상황에서 같은 선택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그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질책하는 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게 할 것이다.
/고려대 학생상담 센터 상담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