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목적의식을 갖고 준비하는 자에게는 승리가 따르게 마련. 지난 두 번의 대회를 모두 우승한 일본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이 선발 마에다 겐타(25, 히로시마)의 호투는 물론 초반부터 호쾌한 홈런포로 분위기를 가져온 끝에 낙승을 거두며 3회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일본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벌어진 제3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2라운드 1조 승자전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1회 도리타니 다카시(한신)의 선제 결승 선두타자 홈런 포함 6홈런 맹공과 선발 마에다의 5이닝 무실점 호투를 앞세워 16-4로 승리(7회 콜드게임)했다. 일본은 이날 승리로 일찌감치 4강 진출을 확정지으며 12일 4강 대진 편성을 위한 경기를 기분 좋게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1라운드를 2승 1패 A조 2위로 진출했던 일본은 지난 8일 대만과의 경기에서 초반 끌려가다 간신히 대만을 연장 접전 끝 4-3으로 꺾으며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아무래도 경기력 면에서는 이전 두 번의 대회를 모두 석권한 팀답지 않았다. 더욱이 10일 경기는 1라운드 한국의 탈락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최근 몇 년 간 아마추어 최강 쿠바의 천적으로 자리매김해 온 네덜란드와의 격돌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철저한 상대 분석에 이은 공략법을 확실히 실행에 옮기며 완승을 거뒀다. 무엇보다 대승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것은 1,2회 세 개의 홈런포. 1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장한 도리타니는 전날(9일)까지 5타수 무안타로 안타 신고를 하지 못했으나 상대 선발 로비 코르데만스의 2구 째 직구를 받아쳐 선두타자 우중월 선제 결승 솔로포로 연결했다.
그리고 2회 마쓰다 노부히로(소프트뱅크)의 좌월 투런도 코르데만스의 초구 높게 몰린 직구를 공략한 것이었다. 이어 우치카와 세이치(소프트뱅크)도 코르데만스의 서클 체인지업을 걷어올려 중월 쐐기 스리런으로 연결했다. 경기 전 일본 대표팀은 코르데만스의 투구 스타일에 대해 “191cm 장신에서 직구와 역회전되는 공을 주무기로 삼는다”라는 분석 속 목적타에 힘을 쏟았다.
상대가 어떤 구종을 주무기로 삼는 지 제대로 파악하고 거침없이 휘두른 것이 이날 일본의 맹공 이유였다. 번트 등 작전 수행 능력을 바탕으로 한 ‘스몰볼’로 알려진 일본이지만 호쾌한 빅볼로 초반부터 맹공을 보여준 이유는 바로 철저한 분석과 집중이었다. 화끈한 화력을 등에 업은 일본 선발 마에다도 제대로 된 전략 속에서 호투를 펼쳤다.

경기를 앞두고 하시가미 히데키 일본 전략코치는 “네덜란드는 상하위타선 가릴 것 없이 호쾌한 일발장타력을 지닌 팀이다”라며 “선발로 나설 마에다는 타자 몸쪽 공략 능력이 뛰어난 투수다. 그 점을 앞세워 네덜란드 타선을 잘 막아낼 것”이라고 기대감을 비췄다. 마에다는 스리쿼터 스타일에서도 152km에 달하는 빠른 직구는 물론 투심과 100km대 드롭 커브, 슬라이더, 서클 체인지업 등 다양한 공을 던지며 제구력도 안정된 투수다.
결과적으로 하시가미 코치의 전략은 대성공을 거뒀다. 특히 마에다는 2회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를 스탠딩 삼진으로 잡으면서 정확한 코스 분배를 보여줬다. 두 개의 공을 아웃코스로 빼고 높은 유인구도 보여준 뒤 결정구로 삼은 것은 6구 째 몸쪽 낮은 코스의 직구(142km)였다. 젊은 투수의 노련미 넘치는 제구가 돋보인 순간이다. 후속 타자 앤드루 존스(라쿠텐)를 상대로 세 개를 약간 높게 가져간 뒤 4구 째 역회전볼(142km)을 몸쪽 낮게 떨어뜨려 헛스윙 삼진처리한 마에다였다.
객관적 열세라는 팀을 상대하더라도 확실한 준비를 하고 집중력을 갖추는 것은 강자가 갖춘 당연한 덕목이다. 3회 연속 4강 진출을 노리던 대한민국은 네덜란드에게 확실한 힘을 보여주지 못한 채 1라운드 첫 경기부터 0-5로 패퇴, 크나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8일이 지난 후 일본은 그 네덜란드를 최대한 분석하고 허점을 파고들어 대승을 거뒀다. 한국이 다음 기회를 위해서 분명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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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돔(일본)=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