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돌풍 주역‘ 네덜란드, 바닥 비춘 日전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3.10 22: 01

화력을 갖춘 세계야구계의 복병. 그러나 투수가 초반부터 무너지자 그 화끈했던 파괴력의 아우라도 어느 순간 맥주 거품처럼 순식간에 걷히고 말았다. 1라운드에서 한국의 탈락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최근 몇 년 간 아마추어 최강 쿠바를 긴장하게 했던 네덜란드가 일본에 완패하고 말았다.
8일 쿠바를 6-2로 꺾으며 WBC 2라운드 승자전에 진출했던 네덜란드는 10일 일본과의 경기에서 초반부터 끌려가며 4-16으로 완패했다. 이날 패배로 상승세가 끊긴 네덜란드는 11일 쿠바와의 경기를 승리해야 4강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다. 그러나 쿠바가 9일 대만에 14-0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두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터라 승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선발로 내세운 로비 코르데만스의 부진이 뼈아팠다. 당초 일본전 선발로 내정했던 톰 스투이프베르겐의 발목 부상으로 인해 경기 하루 전 선발로 예고된 코르데만스는 191cm의 장신이지만 포심 패스트볼 구속이 그리 빠르지 않아 투심 등 역회전성 구종 의존도가 높은 투수. 일본은 이미 코르데만스의 선발 예고와 동시에 “포심 혹은 투심 계열 구종을 노리고 들어간다”라는 전략을 염두에 두고 훈련했다. 일본이 코르데만스로부터 세 개의 홈런을 뽑아낸 이유다.

1라운드 한국전 승리와 2라운드 쿠바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선발승을 거뒀던 베테랑 좌완 에이스 디에고마 마크벨은 투구수 제한으로 인해 11일 쿠바전 등판이 불가능하다. 세 번의 WBC에 모두 출장한 동시에 2011년 야구 월드컵 우승 주역이던 좌완 에이스를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은 네덜란드에게는 뼈아픈 전력 공백이다. 대회 전부터 네덜란드는 ‘투수력보다는 타력의 팀’이라는 평을 받았다.
일찌감치 끌려가다보니 타력과 수비 면에서도 허점이 마구 노출되었다. 2회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앤드루 존스(라쿠텐) 4,5번 중심타자들은 마에다 겐타(히로시마)의 몸쪽 낮은 코스에 그대로 삼진을 당했다. 일본은 네덜란드전을 앞두고 “맞으면 크게 가는 타자들이다. 따라서 몸쪽 낮은 코스 제구력이 좋은 마에다를 내세워 상대 예봉을 꺾는다”라는 전략을 세웠고 마에다는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전의 상실은 허술한 수비로 나타났다. 네덜란드 수비진은 이날 1루 땅볼 두 개와 유격수 땅볼 하나를 총 세 개의 실책으로 날려버리면서 상대에게 진루 기회를 헌납했다. 일본은 이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했다. 확실하게 상승 기류를 타던 분위기가 급격하게 침체되었고 강력해보였던 네덜란드의 경기력도 자정 이후의 신데렐라처럼 초라하게 변모했다. 6회 발렌틴-존스가 각각 3타점 2루타, 1타점 좌전 안타를 때려내며 영패를 모면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야구는 다른 단체 스포츠에 비해 강팀과 약팀의 기량차가 덜하다. 라인업 타자 9명의 공격 기회 배분이 균등하게 돌아가고 투수를 제외하고는 선수가 공을 다루는 비중이 타 스포츠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만큼 베일에 가려진 팀이 이변을 연출할 가능성도 더욱 크다. 반면 비밀들이 하나씩 공표되면 결국 언젠가 공략당하며 약점을 노출하게 마련. 강호들을 잇달아 꺾으며 ‘약하지 않다’라는 모습을 보여주던 네덜란드는 10일 일본전에서 너무도 허무하게 완패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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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돔(일본)=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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