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의 18.44m]이만수의 회상, "김시진, 거 참 나쁜 친구였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3.11 06: 21

"나 안 볼줄 알았나봐. 그런데 삼성에서 만났네."
롯데 자이언츠 김시진(55) 감독과 SK 와이번스 이만수(55) 감독은 야구계에서 유명한 친구 사이다. 함께 대구상고(현 상원고)를 다니면서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은 이제 40년을 바라보고 있다.
동갑내기 친구이지만 학년은 김 감독이 하나 위였다. 이 감독이 중학교를 4년동안 다녔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내가 야구를 중학교에 가서야 시작했다. 야구를 못해서 중학교를 1년 더 다녔는데 그때는 많이들 그렇게 했다. 그래도 그때 1년 더 중학교를 다닌 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감독이 중학교를 1년 더 다니며 야구실력은 성장했지만 졸지에 친구는 선배가 돼 버렸다. 포항중을 나온 김 감독과 대구중을 나온 이 감독은 중학교 시절에는 대회에서 만나 친구처럼 지내던 사이였지만 이 감독이 1년 늦게 대구상고에 입학하면서 김 감독을 선배라고 불러야만 했다.
이 감독은 "고등학교 들어가서 얼굴 보자마자 '야, 시진아 반갑다!'라고 말했는데 선배들이 그 이야기를 들은거다. 선배 이름을 막 불렀다고 우리 동기들 전부 다 집합해서 뺑뺑이 열심히 돌았다"고 털어놨다. 그 다음부터 이 감독은 김 감독을 만날 때마다 꾸벅 고개숙여 인사를 했다고 한다.
둘의 인연은 대학교까지 이어진다. 먼저 한양대에 진학한 김 감독을 따라 이 감독도 입학한 것이다. 물론 거기서도 김 감독은 선배였다. 그럼 언제부터 둘은 친구로 지냈을까. 김 감독이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부터다. 이 감독은 "시진이가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이제 말 편하게 해라'라고 말하더라. 거 참 나쁜 친구다. 내 집사람하고 시진이하고 대학교 동기인데 그냥 사석에서는 친구로 지내도 되는 것 아니었나"라고 볼멘 소리를 했다.
"나 안 볼줄 알았나봐. 그러니까 대학 졸업하면서 친구 먹자고 하지"라고 말한 이 감독은 웃으며 "근데 삼성에서 만나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오히려 프로 입단은 이 감독이 빨랐다. 김 감독은 경리단에서 병역을 마치고 1983년 삼성에 입단했고, 이 감독은 원년부터 삼성에서 활약했다.
그래도 이 감독에게 김 감독은 둘도 없는 친구다. 이 감독은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냐는 질문에 건너편 더그아웃을 바라보며 "그래도 시진이랑 제일 친하다"라고 쑥스러운 듯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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