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시범경기 절대과제, '주키치 파트너 찾기'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3.11 06: 24

벤자민 주키치(31)의 파트너를 찾아라.
주키치는 명실상부한 LG의 좌완 에이스다. 2011시즌부터 한국 무대를 밟은 후 LG 소속 외국인 선수 최초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올렸다.
시속 150km에 가까운 공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는 아니지만, 상대 타자로 하여금 릴리스 포인트를 잡기가 힘든 크로스 스탠스에 마구에 가까운 커터로 마운드 지킨다. 한국 무대 1년차 때는 좌타자를 상대로 고전했으나 지난해 좌타자에 맞서 몸쪽 승부가 되면서 좌타자 피안타율을 3할2리에서 2할3푼8리까지 내렸다. 커터뿐이 아닌 체인지업·슬라이더·커브의 구위도 뛰어나 그야말로 난공불락이었다. 지난해 전반기까지는 말이다.

문제는 시즌 중반을 기점으로 일어났다. 전담 포수 심광호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 불펜 등판에 임한 후부터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졌다. 심광호와 호흡을 맞췄던 6월 10일까지는 12경기서 8승 무패 평균자책점 2.34로 리그 최고 투수였다. 그러나 심광호가 아닌 다른 포수와 호흡을 맞춘 6월 19일부터 시즌 종료까지 18경기서 3승 9패 평균자책점 4.38로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물론 전담 포수의 부재만이 주키치 부진의 원인이라고 꼽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시즌이 막바지에 이르자 날카롭게 꺾이던 커터의 각도가 무뎌졌고 제구도 불안했다. 쉽게 말해 체력적으로 한계와 마주했고 그러면서 구위와 제구력 모두 전반기와는 확연히 달랐다. 그럼에도 주키치의 파트너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은 심광호 외에 윤요섭·조윤준·김태군 세 포수와 주키치가 호흡을 맞춘 결과가 확연하게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일례로 주키치는 선발 등판으로 한정했을 때 김태군과 3번, 조윤준과는 1번 배터리를 이뤘는데 단 한 차례도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반면 윤요섭과 함께 그라운드에 선 13번 중 7번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물론 윤요섭과 상대적으로 많이 배터리를 이뤘기 때문에 그만큼 결과도 좋을 수 있다. 확실한 점은 주키치의 주무기인 커터가 타자만큼이나 포수에게도 까다롭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심광호는 주키치의 커터를 두고 “홈플레이트 앞에서 급격하게 꺾이기 때문에 보통 직구를 잡는 식으로 포구하면 주심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주심으로부터 스트라이크 콜을 받으려면 손목을 돌려서 미트를 열고, 공이 미트에 들어오는 순간을 최대한 길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심광호의 경우, 2010년 겨울 주키치가 입단 테스트를 받았을 때부터 호흡을 맞춰 충분한 노하우를 터득했지만, 주키치와 처음 호흡을 맞춘 포수들 모두 “커터가 크고 불규칙하게 휘어져서 잡기가 힘들다”고 혀를 내두르곤 한다.
이는 프로 11년차 포수 현재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현재윤은 지난달 일본 오키나와 캠프서 처음으로 주키치의 볼을 받았다. 당시 현재윤은 “주키치는 정말 공이 변하는 게 만만치 않더라. 처음 주키치의 볼을 받았을 때는 공을 받는 게 아닌 펀칭을 해버렸었다. 2, 3번 받아보고 나서야 좀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흔히 야구에서 투수만큼 예민한 존재는 없다고 한다. 승부를 좌우할 수 있는 자리인 만큼 주심의 판정은 물론, 포수의 포구 하나하나에도 투구 리듬이 좌우된다. 주키치는 오키나와 마지막 연습경기였던 지난 4일 한화전에서 현재윤과 호흡을 맞췄고 투구수 42개 3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했다. 그리고 지난 10일 시범경기 대구 삼성전에선 윤요섭과 배터리를 이뤄 65개의 공을 던지면서 4이닝 5피안타 3사사구 2탈삼진 4실점(2자책점)을 올렸다.
올해 표본은 단 두 번 밖에 없고 지난 등판까지 주키치의 컨디션이 100%라고 할 수도 없는 상태다. 때문에 벌써부터 주키치의 파트너를 확정짓기에는 너무 이르다. 어쨌든 LG는 이번 시범경기 기간 동안 주키치의 기량을 모두 끌어낼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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