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개봉 영화들의 흥행 성적은 단순히 극장가 박스오피스만으로 판가름 나지 않는다. 왜?
과거에는 모든 영화들이 박스오피스 수익에 전적으로 의존했지만 요즘은 극장 외의 다른 공간에서 꽤 짭짤하게 ‘돈의 맛’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디지털케이블TV와 IPTV의 VOD(주문형 비디오), 모바일 등 부가판권시장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은 불법다운로드가 성행해 미국과 일본에 비해 홈비디오와 DVD 시장이 몰락했다. 그러나 저작권법 강화와 함께 불법 유통시장을 양성하면서 VOD 시장이 활성화되기까지에 이르렀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영화 부가판권시장 규모는 2158억 원으로 2009년 888억 원을 기록한 이래 3년 연속 20%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CJ엔터테인먼트의 박루시아 과장은 OSEN에 “최근 경향을 보면 부가판권시장이 IPTV와 케이블채널 VOD로 인해서 비율이 커지고 있다”며 “올해 VOD 수익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부가판권시장이 성장한 이유는 홀드백 기간이 단축되고 영화이용 환경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 과거 영화판권은 극장 상영 후 반년이상이 지나야 VOD로 공급됐다. 그러나 최근 극장 개봉 이후 30일 이내 VOD로 출시되거나 극장 동시 개봉 형태로 VOD가 출시돼 이용자가 증가했다. 또한 바쁜 일상 때문에 극장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집에서 VOD를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 IPTV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과거에 비해 VOD를 소비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고 극장에 갈 시간이 없는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편”이라며 “이제는 영화들이 극장에서 반응이 좋지 않으면 바로 VOD로 출시하는 경우가 있다. 작은 영화들은 거의 동시에 VOD와 극장에 걸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영화의 70% 정도는 VOD 매출과 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이는데 그 반대의 경우도 많아졌다. 극장에서 흥행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VOD 매출이 높은 영화가 있다”고 관객들에게 인지도가 낮은 장르영화나 다양성영화의 성공 가능성을 내비쳤다.
부가판권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달 22일부터 매주 IPTV 및 디지털케이블TV 영화 VOD 주간 이용 순위를 발표하고 있는 상황. 장르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관객들에게 선택을 많이 받지 못한 영화가 오히려 VOD 이용순위에서는 높은 순위를 기록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 2월 25일부터 3월 3일까지 한 주 집계결과에 따르면 흥행에 실패한 ‘클라우드 아틀라스’와 ‘아르고’가 각각 6위와 8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나의 PS파트너’는 3월인 지금 2위와 3위를 오갈 정도로 이용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한 주 동안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3만 963건을, ‘아르고’는 2만 200건을 기록, ‘나의 PS파트너’는 3만 9303건을 보였다. 신작의 경우 한 편당 4,000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엄청난 수익이다.
영화 콘텐츠가 극장뿐만 아니라 VOD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더 낼 수 있는 형태 등 수익창출구조가 다변화 하고 있어 영화산업에 있어서 부가판권시장은 이미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부가판권시장을 통해 흥행에 성공한 영화뿐만 아니라 작은 영화들도 수익을 올리고 콘텐츠의 다양성을 유지해 한국영화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kangs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