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의 셀프디스,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3.03.11 09: 07

[OSEN=윤가이의 어저께TV] 신동엽이 거침없는 셀프 디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셀프 디스(Self+dis), 말 그대로 자신의 허물이나 과오에 대해 직접 폭로하거나 비난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특히 신동엽은 이를 개그로 승화시키면서 허를 찌르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셀프 디스는 신동엽 외에도 최근 들어 많은 예능인들이 반전 재미를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다.
신동엽은 tvN 'SNL코리아' 속 '이엉돈 PD의 먹거리 X파일' 코너에서 2주 연속 자신의 흑역사를 셀프 디스하는 과감한 개그를 선보이며 안방극장을 초토화시켰다. 지난 2일 방송분에서는 대마밭에 등장, 스스로도 웃음을 참기 힘든 표정으로 "저도 (대마초를) 한 때 좋아했는데요"라는 대사를 해 폭소를 자아냈다. 톱MC 신동엽의 유일한 흑역사라 할 수 있는 대마초 사건을 스스로 셀프 디스한 것이다. 그러나 곧 "이런 것들은 모두 다 불태워야 해"라고 소리를 지르며 대마 밭에 기름을 붓는 연기를 해 또 다시 큰 웃음을 안겼다. 뿐만 아니다. 9일 방송분에는 죄수들이 콩밥을 먹고 있는 교도소에 나타나 "여기 있는 콩밥, 저도 한 때 먹어봤는데요...하지만 이젠 먹기 싫다. 못 먹겠다"라고 야무진 셀프 디스를 이어가 또 다시 화제에 올랐다.
이러한 신동엽의 셀프 디스는 그의 실제 흑역사와 채널A 이영돈 PD를 흉내낸 특유의 말투, 능청스러운 연기가 더해지며 시청자들의 배꼽을 쥐게 만든다. 특히 자신의 과거 행적과 실수를 스스로 비판하면서 이를 재미로,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과감한 열정과 노련한 연기 감각이 흥미롭다. 남을 헐뜯고 비난하는 개그 대신 자신을 소재로 대담한 셀프 디스를 벌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일종의 카타르시스까지 느끼게 하고 있다는 평. 

사실 셀프 디스는 쉬운 듯 보이지만 잘못 사용할 경우, 오히려 독이 되기 쉬운 스킬이다. 자신의 흑역사 또는 흠과 상처를 일부러 꺼내놓으면서 도리어 역효과를 낳거나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무리수가 될 수 있다. 이는 셀프 디스를 들어주는 이들과의 충분한 교감이 있다는 전제 하에, 그만큼 대외적 이미지가 호감일 경우 가능하다. 자칫하다간 자폭의 길로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시의적절할 경우, 이만큼 강력하고 절묘한 웃음 무기가 따로 없다.
신동엽은 셀프 디스를 적절히 사용하고 있는 좋은 예다. 지난 1991년 SBS 개국과 함께 특채 개그맨으로 데뷔, 흔한 무명시절 없이 예능 프로그램과 시트콤을 종횡무진하며 질주했던 그는 1999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 기소된 뒤 1년가량 방송을 중단해야 했던 아픔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후 진심으로 자숙하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 꾸준히 이미지 쇄신에 힘쓴 끝에 2013년 현재 대한민국 톱 MC의 자리에 서 있다.
이제 대중은 신동엽의 과거 잘못을 기억하기보다 재치 넘치는 입담과 특유의 섹드립, 능청 연기에 집중한다. 팬들의 신뢰를 얻고 대중의 인정을 받았기에 신동엽의 셀프 디스는 가능한 얘기가 됐다. 더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건강하고 성실한 자세로 대중의 마음을 공략한 결과다. 그래서 오늘날 신동엽의 셀프 디스는 기가 막히게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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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코리아 방송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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