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의 WBC 스토리] 내조가 바꾼 이바타의 야구인생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3.11 10: 49

대단한 애연가이자 편의점 식품 마니아였다. 결혼 전까지 그에 대해서는 “오래 야구할 선수는 아니다”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노총각에서 구제된 그는 어느 순간 자기관리에 노력하며 베테랑 내야수로서 대표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일본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의 베테랑 내야수 이바타 히로카즈(38, 주니치)가 그 주인공이다.
이바타는 지난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2라운드 대만전에서 2-3으로 뒤진 9회초 2사 2루에서 유격수 키를 넘는 1타점 동점 중전 안타를 때려냈다. 이날 경기 결승타 주인공은 연장 10회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때려낸 나카타 쇼(니혼햄)였으나 3안타 1타점으로 활약한 이바타가 없었다면 일본의 승리는 불가능했다. 대만전으로 기사회생한 일본은 10일 네덜란드는 16-4로 대파하며 3회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의 맹활약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이는 바로 아내인 아키코씨. 이바타보다 세 살 연하인 아키코는 2009년까지 아사히 TV의 간판 아나운서 중 한 명으로도 유명했다. “화려한 수비를 좋아한다”라는 야구론을 밝혔던 아키코는 결혼 전부터 이바타의 대단한 팬이었다. 라크로스 일본 대표 경력으로 뛰어난 운동 신경까지 자랑한 아키코는 방송을 통해서도 “이바타의 팬”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바타는 아키코와 2008년 12월 22일 결혼했다.

평소에도 “서른은 넘어 결혼하겠다. 단, 입단 동기인 가와카미 겐신보다는 빨리”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던 이바타. 사실 결혼 전까지 이바타는 관계자 및 동료들로부터 ‘롱런할 선수는 아니다’라는 평을 받아왔다. 담배를 가까이하고 인스턴트 음식을 즐겨 찾는 이바타가 오랫동안 현역 생활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는 없었다.
그런데 결혼 후 이바타의 생활 양식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편의점 음식을 뚝 끊고 아키코가 정성껏 해주는 요리를 주로 섭취하며 자기 관리에도 힘을 기울였다. 결혼 후 첫 시즌인 2009년 전 경기 출장(144경기)과 3할6리 5홈런 39타점 13도루로 맹활약한 이바타는 지난해에도 140경기 2할8푼4리 2홈런 35타점으로 나이 대비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이바타는 한국식으로 따지면 서른 아홉의 노장이다. 팬을 자처하던 아내의 철저한 관리 속에 ‘단명할 선수’라는 편견을 완벽하게 없앤 이바타. 결혼이 사람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꿔놓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 이바타의 롱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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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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