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SK 감독은 전지훈련 중 한 관계자의 질문을 받고 한숨을 쉬었다. “포수 자원이 풍부한데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라는 질문이었다. 이 감독은 “포수가 어디 있느냐. 죄다 아프다”고 대답하며 답답한 듯 고개를 숙였다.
질문도, 대답도 이해가 간다. SK는 9개 구단 중 가장 강력한 포수진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양질 모두 최강이었다. 지난해 번갈아가며 안방을 지킨 조인성 정상호에 군에서 제대한 이재원이 본격 가세를 알렸다. 2년간 많은 경기에 뛰지 못했지만 ‘배수진’을 치고 나온 박경완도 든든한 자산이다. 주전급 포수만 넷이었다. 없어서 난리인 타 팀의 부러움을 살 만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최악으로 흘러가고 있다. 부상 때문이다. 이 감독이 “팀의 주전 포수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 정상호는 플로리다 캠프부터 허리와 어깨가 좋지 않았다. 결국 이 문제가 불거져 오키나와 캠프 도중 귀국했다. 당분간은 몸을 추슬러야 할 상황이다. 이미 지난해 손목 수술을 받은 이재원은 뼈가 불완전하게 붙어 재수술이 결정됐다. 체성분 테스트에서 떨어진 박경완 또한 1군 전지훈련을 함께 하지 못했다. 중간에 옆구리 부상도 있었다.

남은 주전급 포수는 조인성 하나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이 감독은 오키나와 캠프를 총평하면서 “오키나와 캠프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 중 하나가 포수들의 부상이었다”고 안타까워한 뒤 “정상호가 돌아올 때까지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하루 이틀에 키울 수 없는 것이 포수인 만큼 팀의 고민도 크다.

다만 이 감독은 그 와중에도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만년 백업포수였던 허웅(30)과 김정훈(26)이 계속되는 실전에서 부쩍 향상된 기량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이들은 두꺼운 SK의 포수층에 가려 1군 엔트리 진입조차 불확실한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주전급 선수들의 부상을 틈타 서서히 입지를 넓히고 있다.
특히 이 감독은 김정훈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감독은 “수비적인 측면은 괜찮다”라며 꾸준히 기회를 주고 있다. 실제 김정훈은 SK가 오키나와 캠프에서 치른 11번의 연습경기에 모두 출장했다. 대수비 요원으로 들어간 경우가 많았지만 이전보다 확실히 많은 출장 기회다.
이 감독은 “열심히 한다. 가능성도 보인다. 타격만 좀 더 향상되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이 감독은 1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가 끝난 뒤에도 김정훈의 송구를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한편 가진 기량에 비해 출전시간이 적었던 허웅에 대해서는 “분위기 메이커 몫을 할 수 있는 선수다. 투수들의 파이팅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좋다”라며 역시 높은 점수를 줬다.
부상 선수들의 복귀만 기다리고 있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하다. 때문에 두 선수에게도 충분한 기회가 주어질 전망이다. 이 감독은 “시범경기까지 김정훈과 허웅을 끌고 갈 생각이다”라며 이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또한 SK로서는 주전 포수들이 돌아온다 하더라도 부상 전력에 대한 불안감은 남는다. 두 선수가 포수왕국의 든든한 보험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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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위)과 허웅(아래).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