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美 도전, 호기심 가득 지켜보는 단계" [일문일답]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3.03.11 17: 05

배우 이병헌이 자신의 할리우드 도전기에 대해 아직까지 호기심 가득 지켜보는 단계라고 겸손함을 표했다.
이병헌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영화 '지.아이.조2' 인터뷰에서 "아직 호기심 가득히 지켜보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내가 할리우드에 제대로 안착한 것처럼 느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전혀 아니다. 아직 초기의 입장이라 나도 여기에 끝이 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어디까지일까, 내 기회라는게 과연 얼만큼까지 주어질까 궁금하다. 식스팩 보여주고 발차기만 하는 역할만 들어올지 미국인이 해도 무방한 역할인데 인종과 상관없이 '저 친구 잘하니까 캐스팅하자'는 운이 따를지 봐야하는 상황"이라면서 "할리우드면에 있어선 끝은 미지수다. 아직까지 호기심 가득하게 지켜보고 시험해보는 단계다"라고 덧붙였다.
이하 이병헌과의 일문일답.
- 극 중 스네이크 아이즈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가 궁금하다.
▲ 그 분은 실제로 무술을 다 하신다. 그래서 가면을 썼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연기를 해야할 때는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더라. 그 사람처럼 운동량 많은 사람도 없을거다. 마스크를 쓴 채로 더운 날씨 속에서도 계속 뛰더라. 체력적인 면에 신경을 많이 쓴다. 무술인이다.
- 전편에 비해 위상이 높아졌다.
▲ 위상이 대단하게 바뀐 건 모르겠지만 대우가 좋아진건 사실이다. 한국에서 제일 처음 프리미어를 하고 먼저 보여진다는게 같은 한국사람으로 뿌듯한 일이다. 그런데 호스트 입장되니 부담스럽기도 하다. 촬영장에선 그 사람들 움직이는 동선에 따라 현장에서 눈치보며 따라다녔는데 여기선 인솔하는 입장이 되니까 부담이 된다. 이틀 밖에 없으니 어떻게 하면 좋은 인상과 좋은 기억을 심어줄까 신경을 썼다.
- 정두홍 무술감독과 함께 할리우드로 갔다.
▲ 정두홍 무술감독과 거의 같이 살았다. 심적으로 의지가 많이 됐고 힘이 됐다. 어릴 때부터 정두홍 무술감독은 할리우드 영화에 참여하길 원했는데 그때는 힘도 없었고 시도해 봤지만 거절 당했었다. 그래서 영화 '레드2' 한다고 했을때 내가 옵션으로 내걸었던게 스턴트더블은 내가 데려간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눈치가 보였다. 액션 코디네이터는 위치가 있기 때문에 액션을 바꾸기도 하고 아이디어가 쉽게 적용될 수 있는데 스턴트더블은 액션팀에서 느낌 없는 위치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낼 때 나한테 얘기 하고 내가 감독이나 액션 코디네이터가서 전달하는 그런 식이었다. 내가 그렇게 아이디어를 이야기 하면 감독들이 보여달라고 하고 보여주면 좋아하더라. 그들은 합이 맞아 떨어지는 중국무술에 익숙해져있는 사람들이라 흐트러진 액션을 좋아했다. 아무리 히어로라고 하더라도 맞았을때 휘청거리고 비틀거리는 지저분해 보이는 액션이 감정이 살아있어 보이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에 신선함을 느꼈나보다.
- 김지운 감독과 박찬욱 감독도 할리우드 진출을 이뤄냈다.
▲ 박찬욱 감독이 미국에서 촬영하고 김지운 감독도 '라스트 스탠드'를 촬영할 때 나랑 촬영 시기가 겹쳤던 적이 있었다. 그 때 두 사람이랑 통화하거나 문자하면 두 사람은 연출로 왔기 때문에 힘들어 하더라. 한국에서의 감독 권한과 미국에서의 감독 권한은 다르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힘들어 하더라. 나한테 '진짜 (한국) 돌아가고 싶어 죽겠어' 이런 얘기도 하고 그러면 '나도 힘든 건 마찬가지에요' 그러면서 넋두리 통화들을 가끔 했었다. 이후에 세명 다 촬영을 마치고 LA에서 우연히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다 끝났으니까 웃으면서 그동안 고생했던 이야기들과 억눌렸던 것들을 커피 마시면서 수다 떨었었다. 한국감독과 한국배우가 같이 할리우드에 가서 작업을 했으면 좋았을것 같다. 서로 생소하게 작업했던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점차 조금씩 대우나 환경이 좋아지고 있으니 좋은 기회가 올거라 생각한다.
- 할리우드 진출, 자신의 연기력이 확장 혹은 축소됨을 느끼는가.
▲ 전작하고 비교하면 편하게 작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내가 한국에서 친한 감독과 작업할 때와 나눈 대화들과는 다르다. 김지운 감독이나 박찬욱 감독과 작업하면 정말 말도 안되는 아이디어나 다른 식의 시도들을 많이 이야기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하지만 내가 브루스 윌리스의 입장도 아니고 혼자 나오는 영화를 찍는 배우가 아닌 이상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다. 많이 편해진 상황이지만 아직도 나로 인해서 시간이 지체되는건 꿈도 못꾸는 상황이고 빠듯한 시간에 계획한 양을 마칠 수 있도록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신경쓴다. 또 다른 버전으로 대사를 쳐볼까 하는 마음은 간절하지만 그러기엔 아직은 눈치가 보인다. 저들이 하는 대로 적응해 나가고 알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 전편에 이은 스톰쉐도우 연기, 어땠나.
▲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때 스톰쉐도우의 스토리가 비밀스럽다고 하지만 그의 입장에서 답답한 시간들을 보냈을거라 생각했다. 누명을 쓴 상태에서 살아온 인생이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읽었을때 스톰쉐도우가 감정을 터뜨리는 것이 되게 시원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친구들이라 믿었던 사람들 스승마저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에 대한 오해를 푸는 과정에서는 울컥하는 느낌까지 났다. 그런 감정은 내가 한국인의 정서로 받아들인 감정이었던 것이다. 내가 그렇게 연기했더니 스태프들이 처음에 당황해 하더라. 그러다가는 나중에 박수를 쳤다. 제작자가 '되게 독특한 해석이었다, 그렇게도 해석이 될 수 있겠구나, 되게 좋았다'고 만족해 했다. 이번 스톰쉐도우는 한이 터져나오는 느낌으로 연기했기 때문에 1편과 2편의 캐릭터 느낌이 다를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고민은 '혹시 나만 혼자 심각한거 아닌가' 라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좋았지만 고민이 됐었던 건 사실이다.
- 할리우드 속 앞으로의 한국영화를 예측해본다면.
▲ 5~6년 전에 외국 스태프들과 미팅을 하면 '한국에 이런 영화가 있는데 재밌다며' 이런 식으로 제3국 영화 보듯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시간 지나고 나서는 감독님들 이름을 구체적으로 알더라.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니까 배우들의 이름을 알더라. 한국영화계로서는 지금이 중요한 시점이다. 홍콩을 예로 들면 홍콩 느와르영화가 최고조에 달했을때 질보다 양이었다. 당시 어마어마한 양의 느와르 영화들을 만들었기 때문에 다양성 면에서 사람들이 질적인 면에서 실망하고 금방 홍콩영화가 죽은 것 아닐까 생각한다. 한류가 불때 우리는 그 전처를 밟지 않았으면 좋겠다. 질적으로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파는 것에 치중하고 한류가 그런 점에서 욕도 먹고 했는데 지금의 미국시장에서 한국배우나 감독의 위상이 시작단계지만 우리에게 주목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그런 부분들에 신경쓰면서 접근하고 자기 능력을 발휘한다면 충분히 나빴던 예를 밟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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