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들의 강력한 파워는 아직도 확실하다. 그러나 멤버가 바뀌는 세대교체 과정이라 이전의 강력함은 약간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자주 맞붙었고 상대를 울린 전력도 많았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서부터 그들을 만나면 강한 면모를 비췄고 2011년 파나마 야구 월드컵에서도 쿠바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1라운드 한국 탈락의 결정적 역할을 했던 ‘복병’ 네덜란드가 아마추어 최강 쿠바를 또 꺾으며 첫 4강 진출 기쁨을 누렸다.
네덜란드는 11일 일본 도쿄돔에서 벌어진 제3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2라운드 1조 패자부활전 2차전 쿠바와의 경기에서 칼리안 샘스(시애틀)의 끝내기 중견수 희생플라이에 힘입어 7-6 승리를 거뒀다. 네덜란드는 이날 승리로 4강 진출을 확정지으며 세 번의 WBC 참가 만에 첫 4강 진출의 기쁨을 누렸다.

상대적으로 얇은 선수층, 특히 투수진에서 주축 의존도가 높아 10일 일본전에서 4-16으로 처참하게 패한 네덜란드였으나 쿠바에게만큼은 2000년대 들어 강한 면모를 보인 팀이다. 시드니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던 쿠바는 풀리그 당시 6승 1패를 기록했는데 유일한 1패가 바로 네덜란드에 당한 기록이었다. 시드니올림픽을 기점으로 네덜란드는 쿠바를 만나면 녹록지 않은 모습을 비췄다.
2011년 파나마 야구 월드컵 결승에서도 네덜란드는 쿠바를 2-1로 꺾으며 처음으로 야구 월드컵 우승 기쁨을 누렸다. 당시 베테랑 좌완 에이스이던 디에고마 마크벨이 큰 역할을 해냈고 마크벨은 이번 WBC 개막 이전에도 쿠바와의 연습경기에서 5-0 승리 주역이 되었다. 마크벨은 2라운드 쿠바와의 첫 경기를 6-2 승리로 이끈 뒤 쿠바에 대한 소감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선수 개개인의 운동능력이 뛰어나고 일발장타력이 대단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표팀의 세대 교체 등으로 인해 선수들의 면면이 자주 바뀌었고 그로 인해 조직력이나 작전 수행 능력 면에서 예전만 못한 것도 사실이다”. 아롤리스 채프먼(신시내티)를 비롯, 요에니스 세스페데스(오클랜드), 유니에스키 베탄코트(필라델피아) 등 수많은 쿠바 선수들이 망명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진출했고 이들은 WBC에 쿠바 유니폼을 입고 뛸 수 없다. 잇단 선수들의 망명 및 스타 플레이어들의 부재가 이어지며 쿠바의 강력함이 예전만 못해진 것도 사실이다.
물론 네덜란드도 해결해야 할 숙제를 지녔다. 2라운드 시작 전 헨슬라이 뮬렌 감독은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앤드루 존스(라쿠텐) 등이 버티는 타선은 전체적으로 힘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다만 야구는 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데 전체적인 투수진을 봤을 때 선수들의 기량이 그리 고르지 않다”라고 자인했다. 마크벨이나 잠수함 레온 보이드, 광속 우완 로어크 반 밀 등 소수 주축 투수들에게 의존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감독의 자평이었다.
천적을 상대로 또다시 강한 면모를 보여준 네덜란드. 10일 일본에 대패를 당하기는 했으나 1라운드에서 한국을 꺾고 2라운드에서 쿠바까지 몰아친 네덜란드의 돌풍이 점차 태풍화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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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돔(일본)=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