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 4개에 칭찬받은 김문호, 롯데 방향 알려주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3.12 06: 32

"못해도 도전하고 덤벼라. 안 될때는 도망가려 하지마라."
롯데 자이언츠 김시진(55) 감독은 부임 후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가질 것을 꾸준히 주문하고 있다. 타석이나 마운드에서 자기가 가진 기량만 제대로 펼친다면 훨씬 좋은 활약을 보여 줄 선수들이 무궁무진한 롯데다.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쉬운 것만은 아니다.
외야수 김문호(26)는 잠재능력을 갖고 있지만 몇 년째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주전 좌익수였던 김주찬이 떠나며 빈자리가 생긴 가운데 김문호는 생애 첫 주전도약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야구는 열심히 하는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잘 하는 게 중요하다"며 의지를 불태우는 김문호다.

김문호는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 중견수 7번 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시범경기 성적에 따라 주전 좌익수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김문호는 삼진 4개만을 당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다음날 경기장에서 김문호를 본 김 감독은 오히려 칭찬을 했다. 김 감독은 "삼진을 당하더라도 자신 있게 스윙을 해야 한다. 문호는 자기 스윙을 마지막 타석까지 했다. 어중간하게 치려고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며 "한 번 내보냈는데 바로 잘하는 일이 어디 쉬운가"라며 김문호를 격려했다.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 감독은 "안 될 때는 도망가려 하지마라. 못해도 도전하고 덤벼라. (그동안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부담감은) 김문호 본인이 극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구는 멘탈 게임'이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야구에서 정신력은 때론 신체능력보다 중요할 때가 많다. 능력은 가졌으나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그 좋은 예가 지난해 정규시즌 MVP에 오른 넥센 박병호다. LG에서 많은 기회를 받았음에도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던 박병호는 넥센에서 심리적 부담감을 떨치며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로 거듭났다. 그리고 박병호를 조련한 김 감독, 박흥식 타격코치는 현재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다.
박 코치는 올 시즌 롯데 선수들이 눈치보지 않고 야구를 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팀 타율보다 중요한 건 팀 득점권 타율이다. 찬스에서 한 번 못쳤다고 코치들이 눈치를 주면 그 선수는 계속 위축된다. 그래서 올해 롯데는 선수들이 자신 있게, 재미있게 야구를 해야만 한다"는 것이 박 코치의 지론이다.
삼진 4개를 당하고도 김문호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대신 10일 사직 SK전에 다시 7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 3타수 2안타 1볼넷 1득점으로 제 몫을 했다. 삼진이라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보는 장면은 올 시즌 롯데가 지향하는 길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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