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나는 당신의 대리천사’(이하 ‘대리천사’)가 2010년 화제가 됐던 ‘아바타 소개팅’의 시청자 버전으로 따뜻한 웃음을 터뜨렸다.
지난 11일 방송된 ‘대리천사’는 주변인에게 전하지 못한 말이 있는 시청자의 사연을 받아 대리천사가 대신 전하는 취지의 프로그램. MC 윤도현, 탁재훈, 은지원, 구하라와 게스트 씨엔블루 정용화, 씨스타 효린이 시청자의 마음을 전하는 대리천사로 나섰다.
게스트 정용화와 효린은 본부석에서 의뢰인과 앉아 있는 네 명의 MC들에게 지령을 받아 상대방에게 차마 하지 못한 말을 전달했다. 이날 효린은 퇴근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회사 상사에게 칼퇴근을 부탁하는 부하직원의 마음을 전했고, 정용화는 장인장모에게 부모의 이혼 사실을 말하지 못한 사위의 미안한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

‘대리천사’는 취지가 좋은 프로그램인 까닭에 시종일관 따뜻한 웃음을 만들었다. 의뢰인의 숨겨둔 마음을 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정서적인 교감은 훈훈했다. 회사상사나 가족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대리천사가 전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안겼다. 특히 두번째 사연이었던 부모가 네 명이라는 사실을 털어놓지 못한 사위의 진심어린 고백과 결혼을 반대했기 때문에 미안한 장모의 뜨거운 눈물은 안방극장을 울렸다.
이 프로그램이 소위 착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게스트가 본부석의 다소 짓궂은 지령을 수행하는 모습은 재미를 불러일으켰다. 네 명의 MC의 재기발랄한 지령 속 만들어지는 황당한 상황은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지령을 수행하는 과정 중 발생하는 돌발상황, 그로 인해 재미를 선사하는 구성은 2010년 ‘일밤’에서 방송된 ‘뜨거운 형제들’과 유사했다. 당시 ‘뜨거운 형제들’은 소개팅에 나간 출연자에게 다른 출연자가 무선 이어폰으로 지령을 내리면 그대로 수행해야 하는 ‘아바타 소개팅’으로 인기를 끌었다. ‘대리천사’의 연출을 맡은 오윤환 PD는 ‘뜨거운 형제들’을 이끈 PD이기도 하다. 덕분에 '대리천사'는 '아바타 소개팅'의 시청자 버전으로 감동이 추가된 구성을 띠었다.
‘대리천사’는 시청자 반응에 따라 정규 편성 여부가 결정되는 파일럿 프로그램. 일단 첫 방송만 봤을 때 시청자의 사연은 따뜻했고, 시청자의 사연을 바탕으로 대신 마음을 전달해야 하는 대리천사들의 수행 과정은 웃음을 선사했다. 파일럿 방송이었기 때문에 다소 산만한 구성이 아쉽긴 했어도 재미와 감동의 두마리 토끼를 잡은 것은 분명했다. ‘대리천사’가 요즘 대세인 착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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