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는 끝났지만 흔적은 곳곳에 남아있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후유증이 올 시즌 초반 판도에 중대한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상위권 판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엿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원래부터 우려됐던 후유증이기는 했다. 출전 선수들의 몸 상태 때문이다. WBC 출전 선수들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몸 상태를 일찍 끌어올려야 한다. 긴장감도 남다르다. 때문에 막상 시즌에 들어가면 페이스가 처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후유증은 조금 다른 측면에서 불어 닥칠 기세다. 대회가 일찍 끝나 선수들의 체력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지만 부상자 속출 및 조기탈락이라는 심리적 충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많은 선수들을 대회에 보낸 상위권 팀들의 고민이 크다. 현 시점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팀은 SK라고 할 만하다. 정근우 박희수 윤희상 최정까지 WBC에 다녀온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돌아왔다. “부상만 없이 잘 다녀왔으면 좋겠다”던 이만수 SK 감독의 소망은 산산조각났다.

군 입대한 정우람을 대신할 마무리 후보로 낙점됐던 박희수는 왼쪽 팔꿈치 이상으로 시즌 초반 출격이 어려울 전망이다. 부상자 리스트에 올라 재활을 시작한다. 일단 복귀까지 한 달을 잡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공백이 더 길어질 수 있다. SK 관계자는 “원래부터 팔꿈치 인대 쪽이 조금 좋지 않았는데 대표팀에서 참고 뛰었던 것 같다”고 했다. 선수 스스로의 선택이었지만 WBC가 부상을 키운 셈이 됐다.
이 외에도 최정은 최정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범경기 초반 소화가 힘들다. 전지훈련 막판 타구에 오른팔 안쪽을 맞아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윤희상도 대회 출전을 위해 상대적으로 빨리 컨디션을 끌어올린 편이다. 역시 변수가 있다. 모두 팀의 핵심 선수라는 점에서 대체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 감독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5명(정대현 송승준 강민호 전준우 손아섭)의 선수를 보냈던 롯데도 정대현 강민호의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아 고민이다. 대회에서 위력적인 구위를 뽐냈던 정대현은 정작 오른쪽 팔꿈치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강민호도 왼 무릎이 좋지 않다. 박희수만큼 오랜 기간을 쉬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타격이다. 전준우 손아섭도 시범경기 초반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출발이 더디다는 점은 껄끄럽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인 삼성은 정신적 충격이 상당하다. 당장 대표팀을 지휘한 류중일 감독부터가 그렇다. 한 달 넘게 소속팀을 비우며 대표팀에 집중했지만 성적은 좋지 않았다. 여론의 집중포화도 맞았다.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그 외에 차우찬 김상수도 WBC에서의 좋지 않은 기억을 남겼다. 아직은 젊은 선수라는 점에서 심리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위권 팀들로서는 이 후유증을 얼마나 빨리 털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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