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 5명 중 1명은 벤치를 지켜야 하는데…".
KIA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넘쳐나는 외야수들을 어떻게 기용해야 할지 걱정이다. 기존의 이용규(28) 김상현(33) 나지완(28) 김원섭(35) 그리고 FA로 영입한 김주찬(32)까지. 이른바 외야 '빅5'가 형성된 것이다. 선동렬 감독의 선수 기용폭도 크게 넓어졌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이용규와 김원섭이 붙박이로 뛰었을 뿐 나머지 한 자리가 아쉬웠다. 김상현은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했고, 나지완은 타격에서 한 방이 있었지만 수비에서 불안했다. 선동렬 감독이 큰 기대를 건 신종길이 자리를 잡지 못했고, 중고 신인 이준호도 수비에 비해 공격이 약했다. 하지만 김주찬의 영입으로 상황이 크게 달려졌다.

선동렬 감독은 "외야 5명 중 1명은 벤치를 지켜야 한다"는 말로 이들의 기용법에 대해 고민을 나타냈다. 그만큼 자원이 풍족해졌고,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방향을 찾고 있다. 일단 선 감독은 공격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수비력을 우선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선 감독은 "아무래도 수비와 기동력을 생각하면 김원섭이 많이 뛰어야 한다. 지명타자에 김상현이나 나지완 둘 중 하나가 가게 될 것"이라며 "아무리 방망이가 좋아도 수비가 안 되면 안 된다. 안타를 많이 쳐도 결정적인 실책 하나가 팀에는 더 크다. 강팀이라면 수비가 안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빠르고 수비 범위가 넓은 김주찬-이용규-김원섭으로 외야진을 구성한다면 물샐틈없는 수비 라인을 갖출 수 있다. 공격이 약화되더라도 기본적으로 수비에 우선을 두는 라인업이다. 여기에 테이블세터 이용규-김주찬 뿐만 아니라 김원섭도 지난해 3할(0.303) 타율과 팀내 두 번째 61타점을 기록할 만큼 방망이 솜씨도 매섭다.
하지만 128경기가 치러지는 페넌트레이스에서는 변수가 많다. 선 감독은 "최희섭이 풀타임으로 뛸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그럴 경우에는 김주찬이 1루로 나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주찬도 "캠프에서 외야와 1루 수비를 반반씩 훈련했다"고 자신했다. 김주찬이 1루를 볼 때에는 김상현과 나지완도 동시에 라인업에 들어갈 수 있다.
아울러 경쟁 효과도 기대해 볼만하다. 빅5 뿐만 아니라 신종길이 시범경기에서 예사롭지 않은 타격감을 떨치며 견제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그 자리를 대체할 만한 선수들이 존재한다. 자연스럽게 내부 상승 효과가 생긴다. 부상 선수가 생겨도, 슬럼프 빠진 선수가 나와도 대비가 가능하고 대체를 할 수 있다. 이게 지난해와 올해 KIA의 가장 달라질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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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김주찬-김상현-나지완-김원섭(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