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왕? 이병헌을 너무 띄엄띄엄 보았다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3.03.12 09: 10

[OSEN=윤가이의 어저께TV] "사실은 저 되게 재미난 놈입니다."
톱스타 이병헌이 15년 만에 예능에 출연했다. 특히 단독 토크쇼는 데뷔 후 처음이란다. 여러 번 고사 끝에 출연한 SBS '힐링캠프'에서 그는 '진짜 나'를 알려주고 싶다는 소망을 어느 정도 이룬 듯하다. 톱 배우, 한류스타, 할리우드란 타이틀, 더 나아가 수많은 루머 뒤에 가려졌던 '인간 이병헌', '남자 이병헌'이 수줍게(?) 베일을 벗었다.
어저께(12일) 방송된 '힐링캠프'에서는 예상보다 순진하고 솔직한 마흔네 살의 남자 이병헌의 첫 번째 이야기가 펼쳐졌다. 방송 초반, 6개월 전에도 '힐링캠프' 제작진과 미팅을 했지만 끝내 출연을 망설였던 사연을 고백하며 뜸을 들이던 그는 MC 이경규와 한혜진, 김제동의 리드 속에 (스스로) 영화 촬영보다도 100배는 더 긴장된다는 예능 바다의 물살에 점점 몸을 맡기기 시작했다. 이병헌의 목적은 심플하고 분명했다. 이경규가 던지는 온갖 루머들에 대해 조곤조곤 해명 아닌 해명을 하면서 그가 바란 것은 '그간 배우로서 나 자신을 너무 다 보여주면 안 된다는 생각, 그러면 관객들이 내 연기와 캐릭터에 몰두하기 어려울 거란 생각 때문에 노출을 접고 살았는데 어느덧 대중이 바라보는 나와 실제 나 사이의 갭(gap)이 너무 커진 것 같다. 실제의 나를 한 번쯤은 말하고 보여주고 싶다'는 것.

이병헌은 1991년 KBS 공채 탤런트로 데뷔,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 연달아 출연하며 경험을 쌓았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면서 출연작 '아름다운 날들', '올인' 등이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한류스타로 급부상했고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역의 인기를 발판으로 2009년에는 영화 '지.아이.조'를 통해 할리우드에도 입성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JSA', '달콤한 인생', '악마를 보았다', '광해' 등을 비롯해 드라마 '해피투게더', '올인', '아이리스'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내며 국내외 다양한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모아온 배우다. 하지만 데뷔 20년이 넘는 기간, 인기가 높아질수록 작품 외에는 대중과 소통하는 일이 거의 없다보니 온갖 루머가 파다했다. 가정사, 연애사 등을 둘러싼 자극적인 소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특별히 해명하거나 대응하지 않았다. 작정한 신비주의가 오래될수록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런데 '힐링캠프'에서의 이병헌은 예상보다 훨씬 더 평범했다. 수많은 여배우들과 스캔들에 휩싸이며 여자를 무척 밝히고, 그렇게 잘 버는데도 공짜 도넛에 집착했다는 우스꽝스러운 루머들의 주인공이 맞나 싶을 정도. 어린 시절, 엄한 어머니 아래서 호되게 맞고 자라고 고등학교 2학년 때 담배를 피우다 걸려 혼쭐이 났던 기억, 대학생 때 체육대회에 나가서는 축구공 대신 운동화를 뻥 차 날리고 공채 탤런트가 된 후에는 정을영 감독으로부터 '은퇴하라' 소리를 밥 먹듯 들어야 했던 사연까지 톱스타 이병헌의 과거는 내 얘기거나 우리 큰 형, 작은 오빠 얘기만 같았다.
방송 말미에는 부친의 죽음으로 떠안은 거액의 빚을 청산하고 우울증을 앓았던 과거를 회상하고 공황장애의 고통을 토로하며 망설이기도 했다. 대한민국, 더 나아가 할리우드까지 입성한 톱 배우의 애환이 짐작되는 대목이었다.
우린 그동안 이병헌에 대해 너무 띄엄띄엄 본 게 아닐까. '여자 엄청 밝힌다며?', '돈이 그렇게 많은데도 짠돌이래', '저렇게 잘 나가는데 눈에 뵈는 게 있겠어?', '이민정을 가지다니!' 하면서 술자리 안주 삼아 버린 건 아닐지. 어저께 TV엔 유명세를 치르는 톱스타 대신, 한때 팔씨름으로 입신양명을 꿈꿨던, 스스로 위트 가이라 자부하는 엉뚱하고도 평범한 남자가 있었다.
issu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