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영화 말하는 거였어? 난 또~'
영화 제목이기에 더욱 흥미를 돋우는 타이틀이 있다. 또는 헷갈림을 주기도 한다. 요즘 한국영화들로는 '신세계'(박훈정 감독)와 '런닝맨'(조동오 감독)이 그 영화들로 둘 다 가제가 실제 제목으로 이어진 사례다. 이 두 영화의 제목은 각각 동명의 대기업과 인기 예능프로그램이 있어 타이틀로 내세우기에 어느 정도 과감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11일까지 344만여명의 관객을 모은 느와르영화 '신세계'는 흔히 백화점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름과 제목이 같다. 언더커버와 경찰, 그리고 조직의 1인자가 되려는 남자들의 음모, 배신, 의리 등을 그린 이 영화에서 '신세계'는 작전명이다.

또한 주인공들은 새로운 세계, 다른 세상을 꿈꾸지만 결국 어떤 신세계도 없다는 이중적인 의미가 영화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진짜 영화 타이틀로 내세우는 데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연출을 맡은 박훈정 감독은 "물론 다른 제목이 없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내 책장에는 책 '멋진 신세계'(저 올더스 헉슬리)가 꽂혀있고, 신세계 교향곡(드보르작)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것들에서 '신세계'가 제목으로 가도 괜찮을 거라는 확신이 섰다"라고 전했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20세기 폭스가 메인 투자하는 첫 한국 영화 '런닝맨'은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런닝맨'과 타이틀이 동일해 화제를 모았다.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이 큰 인기에 힘입어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된 요즘, 동일한 영화제목이 부담으로 다가웠을 법 하다.
이에 영화 관계자는 "고민은 분명 했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다른 제목을 대안으로 내놓거나 하는 움직임은 없었다"라며 "그리고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계속 도망치고 달리는데, 그 내용과 '런닝맨'이란 제목이 가장 잘 어울린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헷갈릴 수 있겠다는 우려가 없지는 않았지만, 영화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제목이기에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는 것이다.
'런닝맨'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목격한 남자 차종우(신하균)가 누명을 쓰고 한 순간 전국민이 주목하는 용의자가 되어 모두에게 쫓기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리얼 도주 액션으로 포스터 카피 역시 '누명을 쓴 도망자, 그의 질주가 시작된다'이다. 오히려 이런 동명의 에피소드로 영화가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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