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실투 안 놓쳐’, 야마모토 재팬의 파괴력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3.12 22: 38

“우리의 야구를 스몰볼이라고 하던데. 1경기 6홈런으로 그 편견을 깼다고 본다”.
현역 시절 ‘미스터 아카헬(붉은 헬멧)’로 불리며 개인 통산 536홈런(역대 4위)을 때려냈던 바 있다. 지도자로서도 에토 아키라, 마에다 도모노리(히로시마), 오가타 고이치, 아라이 다카히로(한신), 구리하라 겐타(히로시마) 등 장타력을 갖춘 선수들을 키우고 중용했다. 야마모토 고지 감독이 이끄는 일본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은 네덜란드를 상대로 자신들의 야구가 ‘스몰볼’ 한 단어로 정의되지 않음을 또 한 번 보여줬다.
일본은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벌어진 제3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2라운드 1조 최종전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2회에만 두 개의 홈런으로 4타점을 올린 주장 아베 신노스케(요미우리) 등을 앞세워 막판 상대의 추격을 뿌리치고 10-6으로 승리했다. 이미 3회 연속 4강 진출을 확정지은 일본은 이날 승리로 2라운드 1조 1위가 되며 2라운드 2조 2위와 4강전을 통해 결승 진출 티켓을 노리게 된다. 지난 10일 네덜란드전에서 최다 타이기록인 1경기 6홈런으로 16-4 대승을 거뒀던 일본은 또다시 타선의 화력을 발휘했다.

눈에 띄는 것은 일본이 이번 대회 돌풍의 주역인 네덜란드를 상대로 또다시 파괴력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전까지는 ‘미국은 빅볼, 일본은 스몰볼’이라는 편견이 지배적이었던 것이 사실. 미국이 힘을 앞세운 파워 배팅에 능하다면 일본은 장타보다 필요한 순간 작전 수행 능력과 베이스러닝 등으로 상대의 동요를 이끄는 스몰볼 스타일이라는 것이 그동안의 선입견이었다.
그러나 이번 2라운드는 달랐다. 1라운드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은 팀 타율 2할1푼7리로 타격 면에서 위력을 비추지 못했다. 야마모토 감독의 지도력에도 의문 부호가 붙었고 일본 현지에서도 ‘사무라이 재팬은 과연 강한가’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2라운드 첫 경기 대만전에서도 경기 중반까지 왕젠밍에게 끌려가다 후반이 되어서야 분위기를 타며 연장 접전 끝 5-4 신승을 거뒀던 일본이다.
타선이 불을 뿜은 시점은 바로 네덜란드와의 2경기. 상대 선발 투수들의 부진을 틈 타 일본은 확실하게 타자들의 힘찬 스윙을 적극 권장했다. 10일 경기에서는 도리타니 다카시(한신)의 선두타자 홈런을 시작으로 매 이닝 점수를 뽑으며 한 경기 최다 기록인 6홈런(쿠바와 타이 기록)을 앞세워 16점을 뽑았고 이번에도 2회에만 타자일순 8득점을 올리며 승리를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실투 순간 득달같은 스윙으로 네덜란드 투수진의 혼을 빼놓은 일본이다.
대만전에서까지 아직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았던 타력으로 인해 “이긴 것에 행복하다”라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던 야마모토 감독은 10일 경기 후 “우리 야구를 스몰볼로 평가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는데 6홈런을 통해 스몰볼 편견을 어느정도 상쇄했다고 생각한다”라며 자신감 있는 일갈을 선보였다. 이번에는 단순한 홈런 뿐 아니라 중거리 타자인 조노 히사요시(요미우리)의 만루 싹쓸이 2루타로 클러치 능력을 유감없이 과시한 일본 타선이다.
사실 현역 시절 거포로 명성을 떨친 야마모토 감독은 히로시마 재임 시절 타자들의 적극적인 파워스윙을 권장했던 지도자다. 1991년 센트럴리그 우승을 이끌기도 했던 야마모토 감독은 호타준족 내야수 노무라 겐지로(현 히로시마 감독)을 1번 혹은 3번으로도 기용하며 중장거리 타자로서 중용했고 에토, 마에다, 오가타 등이 그 휘하에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다시 지휘봉을 잡은 2000년대에도 아라이, 시마 시게노부(세이부), 구리하라 등이 야마모토 감독 아래 거포로서 싹을 틔웠다. 투수진 관리에도 힘을 기울이지만 현역 시절 플레이스타일과 히로시마 시절의 지도 스타일을 보면 중장거리 타자 육성과 중용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임을 알 수 있다.
세대 교체나 팀 컬러 변화 등으로 인한 야구 스타일의 변모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에서나 자주 볼 수 있는 일. 그 변화를 주문하는 것은 감독이고 선수들이 그 명령을 얼마나 잘 소화하느냐에 따라 변화의 성패가 좌우된다. 일본의 3회 연속 4강을 이끈 ‘야마모토호’는 또다른 팀 컬러로 3연속 제패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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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돔(일본)=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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