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이가 자존심이 강한 친구거든요".
염경엽(45) 넥센 감독은 우완 언더핸드 김병현(34)에 대해 "자존심이 매우 강한 친구"라고 설명했다. 그 자존심 강한 김병현이 자신의 폼을 송두리째 바꾸는 큰 실험을 하고 있다.
메이저리거 시절 까칠(?)했던 김병현의 일화는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본인 스스로도 "그때는 철이 없었다. 야구만 잘하면 다 되는 줄 알았다"고 되돌아봤던 젊은 시절이었다. 김병현은 177cm의 비교적 작은 키에서 거침없는 공을 던지며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다.

그러나 지금 그는 다르다. 그는 벌써 우리나라 나이로 35살이 됐고 예전의 체력은 아닌데다 투구폼은 그동안 부진을 거치며 여러 번 변화를 시도한 끝에 이상하게 변했다. 언더핸드 선배 이강철(47) 수석코치는 겨우내 김병현을 되돌려놓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 2개를 손에 쥔 김병현의 예전 영광을 생각한다면 사실 언제 유니폼을 벗어도 이상하지 않다. 옛 명성에 못미치는 성적을 내면서 본의아니게 팬들의 비난을 받고 있고, 자신이 생각하는 야구도 이제 마음대로 안 된다. 스스로도 답답해 '때려칠' 만하다.
그러나 그는 올해 다시 투구폼을 바꿨다. 지난해 한국 무대 적응을 마친 그는 상체를 활용하던 폼을 버리고 하체를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12일 사직 롯데전에서 4이닝 3탈삼진 4볼넷 무실점을 기록한 그는 "상체만 쓰던 때에 비해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가 그럼에도 한국에서 야구를 하는 이유는 '한국의 정' 때문이다. 20살때 미국에 진출해 미국, 일본을 거치면서 이방인으로 살아온 그는 지난해 넥센 입단 후 "한국말로 이야기할 수 있고 단체로 훈련하는 한국팀이 그리웠다"고 말했다. 그는 12일 경기 후에도 "이제 선수, 코치님들과 잘 알다보니 편안하다. 요즘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또 하나는 그 자존심 때문이다. 그는 한국 야구를 해보고 싶어 한국에 왔다. 지기 싫어하는 그의 성격상 어떤 이유에서든 한국에 왔다면, 한국에서 성공을 하고 유니폼을 벗어야 후회가 없다. 한국에서의 성공을 위해, 적지 않은 나이에 폼을 바꾸며 '볼질'을 해야 하는 자존심은 살짝 내려놓은 김병현이다.
그는 "올해 구속이 떨어지더라도 타자들이 치기 힘든 공을 던지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 무대 2년차. 그는 이제 다시 도전을 시작한다. 예전 명성에 흠집이 나는 일이더라도, 혹여 기대만큼의 성적이 나지 않더라도 스스로에게 도전하는 그의 돌직구 야구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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