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나본 방송인 박은지는 예능인으로서 성공할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일단 그를 처음 대면한 사람이라면 화려한 외모에 놀란다. 그리고 박은지의 털털한 매력에 반하고 많은 말을 하면서도 전혀 말실수를 하지 않는 언변에 또 다시 놀란다. 이처럼 박은지는 세 번의 반전을 가진 사람이었다.
박은지는 기상캐스터 프리선언 후 매번 색다른 모습으로 시청자를 찾아가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케이블채널 XTM '남자의 기술‘의 단독 MC로 나섰다. 단독 진행자란 아직은 초보 예능인인 박은지에게는 어려운 미션이지만 그는 똑 부러지는 언변으로 이미 1회의 방송을 마쳤고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남자의 기술’은 남자들이 꿈꾸는 세상의 모든 테크닉을 날 것 그래도 전수하는 강의쇼 프로그램. 매회 3명의 고수들이 연애, 처세, 재테크, 스타일 등 남자의 모든 관심분야에 대해 구체적이고 생생한 비법을 전달한다. 박은지는 이 프로그램에서 연예인 패널과 일반인 청중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정리하는 등 그동안 갈고 닦은 진행 실력을 선보인다.

첫 단독 MC를 맡은 소감을 묻자 박은지는 “계속 꿈 꿔왔던 방송”이라며 입을 뗐다. 그리고 “공중파에 있을 때 케이블 방송이 그야말로 ‘빵빵 터져서’ 호기심이 생기고 궁금했어요”라며 웃어보였다. 그리고 1회 방송, 4회의 녹화까지 마친 후기를 밝은 표정으로 전했다.
“‘남자의 기술’은 전문 방청객들이 아닌 일반인들을 모시고 강의를 듣는 프로그램이에요. 일반인 분들은 정말 냉정하세요. 그래도 한 번 녹화에 네 시간 정도 소요되고 한꺼번에 두 편을 촬영하는데 백 명 가까운 분들이 계속 방청을 해 주세요. 방청객들 외모를 봐도 정말 트렌디한 분들이 많이 오시는 편이에요.”

‘남자의 기술’에서는 개그우먼 곽현화, 유명 남성 잡지의 민희식 편집장 등이 고정 패널로 출연해 박은지와 호흡을 맞춘다. 이제 몇 번의 만남이 있었을 뿐이지만 벌써 허물 없이 친해져 찰떡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한다.
“다들 정식으로 호흡 맞춘 건 처음인데도 정말 재밌어요. 저희끼리 대기실에서 편집장님은 아버지, 곽현화 언니는 야욕 많은 젊은 새 엄마, 브라이언 씨는 제 남자친구인데 알고 보니 곽현화 언니와 내연 관계로 설정했어요.(웃음) 재미로 이렇게 놀기도 하고 대기실도 다 같이 써요. 금방 가까워져서 녹화 때도 서슴없이 재밌는 얘기를 꺼낼 수 있는 분위기죠”
박은지는 최근 케이블채널 tvN 'SNL 코리아‘에 크루로 출연 중이다. 미국 유명 예능프로그램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만큼 과감한 성적 유머가 등장한다. 박은지는 기상 캐스터라는 단아한 이미지의 직업에서 ‘SNL 코리아’에서 19금 개그를 선보이는 파격 변신을 감행했다. 이에 대해 그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먼저 건넸다.
“19금 연기이지만 처음부터 프로그램의 성격을 알고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싫지는 않아요. 싫은데 할 필요는 없잖아요.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능청스런 연기도 자신있었어요. 요염한 척 연기하는 게 아니라 제 모습 중에 하나니까 묻히지 않고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도 알아주시는 것 같아서 더 열심히 하려구요."
기상캐스터였을 때 몸에 딱 맞는 정장을 입고 TV에 나왔던 그는 이제 반짝반짝 빛나는 민소매 의상을 입고 섹시함을 뽐낸다. 박은지는 기상캐스터 시절 자신이 매너리즘에 빠져있었다고 회상했다.
"기상캐스터 할 때는 재미가 없었어요. 매너리즘에 빠져서. 어느 순간 주변에서 잘 한다고 칭찬을 해 주고 나 자신이 '내 아성을 넘을 사람이 있을까'를 느끼는 순간 정체되고 있다는 걸 느꼈죠. 또 여자 방송인들은 결혼을 하거나 하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잖아요. 고민을 하다가 결국 프리를 택하게 됐죠"
본격적인 예능 출연후 박은지는 몰라보게 변한 대중의 관심을 실감한다고 한다. 자신에게 아는체 해 오는 사람들이 귀찮을 법도 하지만 그는 오히려 그런 이들이 너무 반갑다고 이야기했다.
"전엔 틀에 갖춰진 모습을 많이 보셨겠지만 예능 출연 하고서부터 다들 친근하게 다가오세요. 예전에는 차가워 보여서 사람들이 아는 체를 잘 못했는데 이제 친근하게 보이려고 노력하니까 방청 오신 분들도 먼저 무대 위로 오셔서 사진 찍자고 하실 때도 많아요."

박은지는 전혀 새로운 분야인 예능으로 넘어와 힘든 나날을 보냈다. 또 그런 것들을 극복하기 위해 예능 선배들의 방송을 많이 보고 따로 필기해가며 공부했다. 특히 방송인 유재석을 꼽으며 '예능의 교과서'라며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유재석 선배의 방송 모니터링을 많이 했어요. 재밌는 멘트는 따로 필기해 가면서 공부했죠. 김원희 언니와 함께 출연하시는 MBC '놀러와'를 가장 많이 봤어요. 두 분 다 본인은 낮추면서 게스트가 불편하지 않게 유도를 많이 해 주시잖아요."
박은지는 유재석 말고도 방송인 신동엽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신동엽과 함께 'SNL 코리아'와 채널A '웰컴투 돈월드'에 출연 중인 그는 신동엽을 처음 봤을 때는 말도 걸지 못할 정도의 '포스'를 느꼈다고 한다.
"신동엽 선배는 정말 많이 알려주세요. 방송과는 다르게 정말 진지한 분이시기도 하구요. 처음 봤을 때는 말도 못 붙일 정도로 '포스'가 있으셨는데 나중에는 '은지야, 너는 입이 무겁니?' 그러시더라구요. 신동엽 선배는 연예계에서 조심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말씀 해주세요. 입조심이라든가 반드시 간과해선 안될 것들이라든가 스태프들을 잘 챙기고 인성부터 갖춰야 한다든가. 좋은 말씀부터 아무도 못 해주는 따끔한 말까지 다 해 주세요. 저는 '엽라인'을 타고 싶어요.(웃음)"
브라운관에서 주로 섹시한 이미지를 많이 보여주고 있는 그는 앞으로 더욱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려 차근차근 준비를 해 나가고 있다.
"저는 정말 섹시하지 않아요. 평소에는 수수한 차림으로 다니기도 하구요. 방송에서 그런 매력을 시청자 분들이 찾아주시는 것 같아 의외로 감사해요. 앞으로 교양 프로그램에도 출연할 예정이에요. 거기서 또 다른 매력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저는 준비가 됐으니 시청자분들이 잘 봐주시는 몫만 남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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