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필주의 36.5]남쪽서 부는 신선한 K리그 관중 바람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3.03.13 13: 29

프로축구의 인기가 살아나는 것일까요. 지난 2일 'K리그 클래식'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개막한 2013 프로축구 경기장에 관중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14경기를 치른 현재(13일) 프로축구 관중수는 총 20만9680명입니다. 경기 당 관중수로 따지면 1만4977명. 단순 수치로 계산하면 역대 가장 많은 경기당 관중수를 기록했던 프로축구 원년 1983년의 2만974명(총 40경기서 83만 8956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습니다. 물론 그 때와 비교할 수 없습니다. 팀당 38경기씩 총 266경기를 치러야 하는 대장정인 프로축구인 만큼 이제 팀당 2경기만 치렀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작년 6767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분명 변화는 변화입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작년부터 실관중 집계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그런 만큼 각 구단들은 올 시즌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관중수에서 비롯된 설렘을 숨길 수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남쪽에서 밀어치는 관중 바람은 상당히 신선합니다. 대구FC의 홈 개막전이 열린 지난 10일 대구 스타디움에는 3만9982명이 들어찼습니다. 6만6422석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 경기장이지만 지난 2003년(4만5210명)과 2007년(4만4215명), 2005년(4만2562명) 이후 대구 스타디움으로는 역대 4번째로 많은 관중을 모은 것입니다. 앞선 3경기가 모두 빅클럽 수원을 상대로 했다는 점에서 더욱 비교가 됐습니다.
경남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같은 날 창원 축구센터에서 열린 부산과의 홈개막전을 직접 와서 본 관중이 1만6286명에 달했습니다. 단순히 숫자만으로 열기를 가늠하기 쉽지 않습니다. 경기장 수용인원이 1만5074명이라는 것을 알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실제 경남은 서서 본 관중들의 항의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일단 구단들의 노력이 가상합니다. 대구는 변병주 전 감독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2009년 최하위(14위), 다음해 2010년 15위로 추락했습니다. 2011년에는 세계육상선수권으로 2년 동안 시민운동장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습니다. 삼성 라이온즈의 프로야구 때문에 야간경기를 할 때면 눈치를 봐야 했습니다. 그만큼 축구 인기는 바닥권이었습니다. 
이에 대구는 작년 3월 시교육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 '건강한 학교! 즐거운 스포츠!'라는 지역 밀착 프로그램을 가동했습니다. 팬 사인회는 기본이고 직접 학교를 찾아 배식 봉사에 나섰습니다. 지난해에만 203회의 지역사회공헌 활동을 펼쳐 3만4000여명의 학생들이 다양한 혜택을 누렸습니다.
이런 노력들이 시내에서 떨어져 위치한 경기장으로 관중들의 발길을 옮기게 한 것입니다. 이에 대구 구단 관계자는 "솔직히 2만 명 정도는 예상했다. 하지만 그 2배가 왔다"고 놀라워했습니다. 객단가를 포기, 일단 관중 유치를 먼저 하겠다는 의지가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하더라도 의외의 관중수였습니다.
경남은 올 시즌 '도민 속으로'라는 캠페인을 통해 지역민의 마음을 잡고 있습니다. 80개의 지역 조기축구회를 찾아 노하우와 기술을 알려줬습니다. 도민을 위해 일하는 도청직원들에게는 떡을 돌렸습니다. 경남 출신 레전드의 오픈 경기를 기획한 것도 도움이 됐고 골이 터지면 사랑의 휠체어를 기증하기도 했습니다.
경남은 주주들에게 초청장을 돌리긴 했으나 경기장을 직접 찾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박문출 홍보팀장은 "일회성 행사에 그치면 개막전 쇼에 불과하다. 도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캠페인의 취지에 맞게 올 시즌 끝까지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아주 다양합니다. 그 중 부정적인 몇가지를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움츠렸던 사람들의 반짝 관심일 뿐이다. 매년 겪지 않았나 곧 원위치로 돌아갈 것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성적에 따른 반대급부다.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되면 관중은 다시 빠질 것이다", "객단가를 턱없이 낮춘 공짜표 효과다".
하지만 긍정적인 의견에 귀를 열어두고 싶습니다. 실제 "이제 승부조작으로 인해 받았던 충격파 그늘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구와 경남 개막전은 빅클럽간의 대결이 아니었다. 일시적인 관심은 아닐 것이다" 등의 말에 더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관중들을 모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구단의 꾸준한 마케팅에 연맹의 믿음직한 보필이 필수입니다. 'K리그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포문을 연 프로축구. 재정기반이 취약한 시도민구단이 주도, 남쪽에서 불고 있는 신선한 관중 바람이 부흥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으면 합니다.
OSEN 스포츠부장 letmeout@osen.co.kr
대구FC / 경남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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