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은반 복귀 이유? "공허함.. 허탈감.."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03.13 13: 41

"오랫동안 해온 것, 잘하는 것을 한 번 더 해보자".
돌아온 '피겨여왕'의 답변은 진솔했다. 13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공식연습에 참가한 김연아(23)는 자신을 향한 외국 취재기자의 질문에 담담하게 답했다. 그가 던진 질문은 "올림픽에서 금메달까지 따냈는데, 왜 다시 복귀했는가"였다.
질문에는 순수한 의문이 담겨있었다. 김연아는 이미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 정상의 피겨 선수다. 2009 LA 세계선수권대회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연달아 제패하며 월드 챔피언, 올림픽 챔피언의 타이틀을 모두 가졌다. 특히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총점 228.56점으로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며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피겨에서 금메달을 안긴 바 있다. 이처럼 눈부신 성과를 이룩한 김연아가 약 2년 간에 걸친 공백을 깨고 다시 국제대회에 돌아온 이유를 묻는 질문이었다.

김연아는 그의 질문에 미소를 지었다. "올림픽 이후에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공허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오래 기다렸던 목표를 성취했을 때 허탈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심리적으로 운동하기 싫을 때가 잦았고, 또 운동을 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워서 심리적으로 방황했던 것 같다"고 공백기를 가진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로 많은 선수들이 올림픽을 치른 후 허탈감과 무력감, 공허함을 느낀다고 답했다.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이룬 후, 모든 것을 이루었기 때문에 다음 목표를 세우는데 어려움을 느낀 적이 있다는 것. 선수생활에 있어 최후의 목표이자 지향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 바로 금메달이기에,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 후에는 넘어설 적수가 없다는 점 때문에 새로운 목표 설정이 힘들어지는 챔피언들의 딜레마다.
하지만 김연아는 그 딜레마를 딛고 다시 은반으로 돌아왔다. 허탈감과 공허함을 딛고 새로운 목표인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위해 세계선수권대회라는 큰 무대를 정조준한 것이다. 최고의 자리를 맛본 후 한 번 물러났던 이에게 있어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이유는 담백했다. "한 시즌을 쉬면서 미래에 대해 생각을 했다. 그러다보니 오랫동안 해왔고 또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다시 해보자고 생각했다"는 김연아의 답변은, 피겨에만 매진해온 그의 올곧은 한 길을 보여주는 솔직한 단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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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캐나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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