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차트 1위만 15개? 1위 못하면 '바보'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3.03.13 17: 06

방송-음원 1위만 15개 '1위 춘추전국시대'
그런데 개천에서 용나기 힘드네
이제 음악프로그램 트로피를 안고 눈물을 글썽이는 장면은 역사 뒤편으로 사라지게 생겼다.

음악 방송 1위만 무려 5개. 음원차트 9개에 가온차트까지 더하면 1위곡만 무려 15개다. 1위곡이 많아진만큼, 그 중 하나라도 '건지지 못하면' 제작자 입장에선 매우 머쓱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래서 음반 기획사가 꽤 분주해졌다. 큰 비중을 차지하나 아직 정확히 뭔지 감이 잡히지 않는 SNS 점수는 각 기획사의 온라인 마케팅 부서에 꽤 많은 부담을 주게 됐다. 음원 비중이 높아지자 음원 유통에도 더 신경을 쓰게 됐다. 모두 공정성을 주장하지만, 어쨌든 예능국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는 상태다. 
한 중소기획사 관계자는 "SNS 비중이 높은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유튜브 및 트위터 등에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도록 인프라를 점검해야 할 것 같다. SNS 인기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중소기획사 관계자도 "유튜브 같은 건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K-POP 스타들이나 관리하던 건데, 이게 점수에 들어간다니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관계자들의 불만이 높다. 해외 팬들이 많고, 온라인 마케팅 기반을 잘 닦아놓은 기존 대형기획사에만 너무 유리한 게 아니냐는 것. SBS '인기가요'는 오는 17일 신설하는 차트에서 음원 50%, SNS 점수 30%, 모바일투표 20%를 집계한다. MBC '쇼!음악중심'도 동영상 조회수를 넣겠다고 발표했다.
사실 현재 대형기획사와 중소기획사간 온라인 마케팅 인프라에는 꽤 큰 차이가 있다. 대형기획사들은 이미 각 포털사이트 및 SNS 매체와 긴밀하게 움직이며 여러 툴을 개발하고 있는 것. 한 가요제작자는 "이제 개천에서 용 나기는 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특히 음원, 방송횟수에 강점을 보이며 일어선 중소기획사들에게 가혹하다는 평이 많다. 한 관계자는 "이제 대중에게 잘 알려진 '기획사빨'이 없는 신인은 방송하지 말라는 뜻 아니겠냐"며 "강력한 팬덤보다 대중성으로 승부해온 기획사들에게 너무 불리하다"고 평했다.  
음원사이트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음원성적이 대중의 기호에 따라 바뀌긴 하지만, 사이트 추천제도나 '사재기' 등에도 큰 영향을 받는 게 사실. 추천권을 쥐고 있는 음원사이트의 위상이 보다 더 강화되고, 사재기 및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에 많은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숫자는 많아졌지만 '그들만의 순위'가 될 가능성도 높다. 모바일 투표 등을 통해 팬들의 참여도를 더 높였기 때문. 사랑하는 가수를 위한 팬들의 경쟁심을 자극해 음악프로그램이 활성화될 순 있지만, 이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일반 대중은 오히려 외면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음악프로그램들은 전국민의 차트라기보다는 시청자가 뽑는 차트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1위곡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
특히 걸그룹이 보다 더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 시청률 집계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한달 간 SBS '인기가요' 평균 시청 성비는 남녀가 약 1 대 2 가량이 된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보이그룹이 유리할 수 있는 셈.
연령별로는 10대 여성이 살짝 높을 뿐 큰 차이는 없다. 한달 방송을 평균 낸 결과, 남자 10대가 1.1%, 남자 20%가 1.0%인데 남자 30대는 오히려 1.2%, 남자 40대는 1.3%로 더 높다. 여자는 10대가 2.8%로 다소 높지만 20대도 2.0%, 30대도 2.2%이며 40대는 2.4%나 된다. 그러나 '팬심'으로 움직이는 계층이 10~20대라고 본다면, 역시 10대팬을 다수 보유한 보이그룹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시청률은 살짝 상승할 수 있다. 방송이 끝난 후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무대 영상을 감상하던 팬들이 투표를 위해 '본방사수'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한 가요관계자는 "음악프로그램에는 좋을 수 있을 것 같다. 시청률이 높아진다면 가요관계자들도 좋은 것 아니겠나. 다만 당분간 잡음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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