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한의 무승부' 포항, 부뇨드코르 원정길서 얻은 소득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3.03.14 06: 59

사실상 2군으로 부뇨드코르 원정길에 올랐던 포항 스틸러스가 눈앞에서 승점 3점을 놓치고도 돈 주고도 못 살 큰 소득을 얻었다.
포항은 지난 13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자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조별리그 2차전 부뇨드코르전서 2-1로 앞서 있던 경기 종료 직전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며 2-2로 비겼다.
이날 무승부로 승점 1점을 획득한 포항(2무, 승점 2점)은 부뇨드코르(1승 1무 ,승점 4)와 앞서 산프레체 히로시마(2패)를 2-1로 꺾은 베이징 궈안(1승 1무, 승점 4)에 이어 3위에 자리했다.

마지막 실점 장면만 놓고 보면 두고두고 아쉬울 법한 무승부다. 다잡은 승점 3점을 막판 수비 집중력 부족으로 놓쳤다. 주어진 4분의 추가시간은 끝을 향해 가고 있었고, 영리한 플레이로 시간을 끌었더라면 충분히 승리로 마쳤을 경기였다.
아쉬움이 퍽 남긴 하지만 실상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훨씬 더 많다. 2군에 가까운 스쿼드로 까다로운 원정길에서 승점 1점을 얻었다. 더욱이 상대는 ACL 단골 손님에 지난 시즌 ACL 조별리그에서 포항에 2패를 안겼던 부뇨드코르였다.
베스트 멤버를 총동원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일전이었으나 이명주 노병준 신진호 김대호 등을 제외하고는 주축 선수들이 모두 빠진 채 부뇨드코르 원정길에 올랐다. 장거리 원정 부담에 곧바로 K리그 클래식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일정 탓이었다. 15일 입국해 17일 수원 삼성과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르는 살인 일정이다.
고심을 거듭한 황선홍 감독은 선수단을 둘로 쪼개는 특단을 내렸다. 지난 1차전이었던 베이징전 선발 라인업과 비교해 이명주와 신진호를 제외하고는 무려 9명의 선수들이 바뀌었다. 그리고 이들을 대신한 건 배천석을 비롯해 김승대 이광훈 박선주 윤준성 등 경험이 미천한 어린 선수들이었다.
경기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황 감독의 호기로운 전략은 실패로 돌아가는 듯했다. 패기는 앞섰지만 전현직 우즈베키스탄 A대표팀 선수들이 주를 이룬 부뇨드코르의 경험에 밀리며 주도권을 내줬다. 실상 전반 15분에 선제골을 내줄 때까지만 하더라도 승점 획득조차 요원해보였다.
하지만 포항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자산들은 결국 일을 내고야 말았다. 지난 시즌 신인왕 이명주는 1-1 동점골을 넣었고, 이광훈과 박선주는 팽팽하던 후반 중반 환상적인 역전골을 합작했다. 선발 출전한 배천석 김승대와 후반 교체투입된 문창진도 물 만난 고기마냥 그라운드를 누비며 가능성을 남겼다.
승점 3점을 노리겠다는 황 감독의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였다. 종료 직전 경험과 집중력 부족을 드러내며 통한의 동점골을 내준 것은 과제로 남았으나 황 감독의 바람처럼 동계 전지훈련에서 구슬땀을 흘렸던 어린 선수들은 짜임새 있는 패싱 축구를 선보이며 수준급 경기력을 펼쳤고, 자신감도 덤으로 얻었다.
외국인 선수 없이 순수 국내파로 올 시즌을 치러야 하는 포항이지만 도리어 장밋빛 미래가 그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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