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한국형 외인투수가 등장하는 것인가.
NC 다이노스의 우투수 에릭 해커(30)가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2013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에릭은 13일 LG와 홈경기에서 4이닝 동안 61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구속 146km의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싱커·커브·슬라이더까지 모든 구종을 스트라이크존 아래쪽에 걸쳐서 구사하며 철벽을 이뤘다. 1회초 내야진의 연속 실책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투구에 집중,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당초 NC는 에릭을 포함한 애덤 윌크(25), 찰리 쉬렉(25) 외국인 투수 3인방 중 에릭이 근소하게 처진다는 내부평가를 내놨었다. 에릭이 컨트롤은 좋지만 구속에서는 가장 느리다는 전망이었다. 에릭의 입단이 확정됐을 당시 NC 배석현 단장은 “에릭은 프로 통산 투수이닝이 1000 이닝에 달하는 베테랑 투수다. 앞서 영입된 선수들이 젊음과 패기를 갖췄다면 에릭은 노련미가 강점인 선수다. 패기와 경험의 조화로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9일 넥센전에서 등판한 애덤이 3⅓이닝 4실점, 10일 넥센전에 나온 찰리가 4이닝 1실점한 기록만 놓고 비교하면, 지금까지는 에릭의 등판 결과가 가장 좋다. NC 포수들 역시 “볼 끝은 에릭, 제구는 애덤, 공의 지저분함은 찰리가 가장 좋은데 종합적으로는 에릭의 공이 가장 좋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 트리플A서 9이닝당 볼넷 2.6를 올린 에릭을 두고 컨트롤 피처라고 전망했으나 실상 컨트롤뿐이 아닌 파워피칭에도 능했다.
사실 에릭은 NC 입단 이전부터 한국과 인연을 맺기를 원하고 있었다. 환경적으로 아시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아시아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NC 관계자는 “에릭의 부인이 고교 때까지 싱가포르 학교를 다녔다. 그리고 에릭의 에이전트는 서울 용산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다. 그래서 아시아 야구에 대한 관심이 더욱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에릭은 고교시절 야구와 미식축구를 병행, 미식축구 포지션으로는 쿼터백을 맡았다. 부상으로 야구를 선택했는데 프로서도 수차례의 수술을 겪었지만 강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문제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모든 팀들이 외국인 선수의 성공기준으로 정신력과 적응력을 꼽는다. 그리고 보통 에릭처럼 강한 정신력과 한국 문화 적응에 적극적인 외인선수들은 기량 이상을 보여주며 성공하곤 했다. 에릭이 애초에 빅리그보다는 한국 무대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만큼, NC의 첫 한국형 외인투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 에릭은 13일 선발 등판을 마친 후 “여전히 트레이닝 중이라 보완할 점이 많다. 오늘 전체적으로 공을 많이 던질 수 있어 좋았다. 4이닝을 마치고 조금 피곤했는데 기분 좋은 피곤이었고 정신적으로는 더 좋았다. 앞으로 투구폼 등 보완할 점을 잘 준비해서 좋은 모습 보이겠다”고 올 시즌을 향한 각오를 다졌다.
drjose7@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