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이드암투수가 토종 선발진 구축의 해답이 될 것인가.
LG의 사이드암투수 우규민(28)과 신정락(26)이 시범경기에서 호투, 2013시즌 선발 로테이션 진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12일 4회부터 불펜 등판한 신정락은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우규민은 13일 선발 등판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무엇보다 두 투수 모두 볼넷 없이 안정적인 제구력으로 능숙하게 상대 타자들을 처리, LG의 올 시즌 성패가 걸린 토종 선발진 구축에 대한 희망을 보였다.

우규민은 이미 지난 시즌 선발투수로서 성공 가능성을 증명했다. 1군 무대 통산 첫 선발 등판이었던 2012년 6월 16일 군산 KIA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6월 22일 잠실 롯데전에서도 5⅓이닝 2실점을 올리며 팀이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지만 우규민은 6월 28일 잠실 KIA전 선발 등판을 마지막으로 다시 불펜으로 돌아갔다. 당시 마무리투수 봉중근이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불펜 보강이 필요했고 우규민은 시즌 끝까지 롱릴리프 역할을 충실히 소화했다.
그리고 올 시즌 LG가 정현욱의 FA 영입으로 리그 정상급 불펜진을 갖추면서 우규민은 다시 선발로테이션 진입 기회를 잡았다. 이미 2011시즌 경찰청 군복무 당시 15승 무패 평균자책점 2.34로 퓨처스리그를 지배했기 때문에 선발 적응에 대한 특별한 문제는 없다. 1군 첫 선발 등판이었던 군산 KIA전 때에도 선발 등판이 예정된 벤자민 주키치의 장염으로 긴급 투입됐지만 무리 없이 긴 이닝을 소화했다. 작년 11월부터 일찍이 선발 등판을 염두에 둔 훈련을 해왔고 일본 오키나와 캠프 합류는 늦었지만 진주에서 굵은 땀을 흘렸다.
13일 선발 등판을 마친 후 우규민은 “오키나와에는 늦게 합류했지만 운동하는 것은 똑같다. 오히려 진주에선 혼자 집중해서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은 더 많았던 거 같다”며 “우리 팀의 중간이 강해졌기 때문에 선발 전향에 대한 준비를 길게 했다. 투구밸런스와 릴리스포인트를 잃지 않도록 운동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지난겨울을 돌아봤다.
단순히 투구밸런스와 릴리스포인트만 선발투수에 맞추고 있는 게 아니다. 우규민은 상대 타선이 한 바퀴 돌고 난 후 투구 타이밍에 미세한 변화를 주고 있다. 투구시 왼쪽 다리 킥을 다르게 가져가면서 상대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이에 대해 우규민은 “경찰청에서 뛸 때 유승안 감독님께서 가르쳐주셨다. 투구 모션만으로도 타자로부터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좌타자 공략에 대한 해법도 어느 정도 제시했다. 비록 이대형과 이병규(7번)의 호수비가 3차례 나왔지만 어쨌든 NC 좌타 라인에 단 하나의 안타만 맞았다. 좌타자 기준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공략에 집중한 게 적중한 결과였다. 우규민은 “상대 팀의 1번부터 3번 타자까지 모두 좌타자였다. 특별히 신경 쓰기보다는 좌타자들이 먼저 나오니까 시작부터 제구력을 잡고 들어가자고 편하게 생각했다. 일부러 투구 리듬을 빠르게 가져간 게 호수비도 나올 수 있었던 요인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구위만은 리그 정상급이라 평가받았던 신정락 역시 올 시즌 반전을 예고 중이다. 프로입단 후 좀처럼 찾지 못했던 제구력과 부상 방지를 위해 팔을 내리며 투구폼을 수정한 신정락은 12일 경기서 최고 구속 144km를 찍었다. 이날 신정락은 투구분석표를 보고는 “144km는 팔 내리고 나서 최고 구속이다”고 만족을 표했다. 오키나와 캠프에서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정락이가 팔을 내린 것은 부상 방지와 제구력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바꾼 투구폼에 적응한다면 충분히 예전의 강속구도 던질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직구 구속이 오르고 있는 것 외에, 직구와 섞어 던진 커브와 포크볼의 구위도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12일 신정락과 호흡을 맞춘 포수 윤요섭은 “커브가 굉장히 좋다. 스트라이크존 좌우 끝을 걸치고 들어오기 때문에 타자들이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LG 노석기 전력분석팀장 또한 “신정락은 커브가 상당히 좋기 때문에 선발 등판시 타순이 한 바퀴 돌 때까지는 쉽게 공략당하지 않을 듯싶다”고 전망했다.
아직 1군 선발 등판 경험이 없다는 것은 약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부분. 그러나 신정락은 선발 등판 경험이 전무한 것에 대해 “2군에서는 선발 등판을 많이 했는데 1군에서는 아직 없다. 하지만 2군에서 많이 던져봤기 때문에 선발로 가도 걱정은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신정락은 15일 SK와 원정경기부터 선발 등판, 본격적인 선발투수 테스트에 들어갈 예정이다.
물론 선발 로테이션에 사이드암 투수 2명이 자리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차명석 투수코치 역시 "구조상 좋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그래도 이들의 구위가 다른 선발후보보다 뛰어나다면 둘을 선발진에 올리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규민과 신정락이 안개 정국에 놓인 LG 토종선발진 구성에 빛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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