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기대에 못 미치며 고개를 숙였던 KIA 타선이 심상치 않다. 아직 시범경기인데도 구름 같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달라진 모습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몸과 마음의 ‘힐링’을 마친 최희섭(34)이 있다.
KIA 타선은 지난해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른바 ‘LCK’로 불렸던 이범호 최희섭 김상현 등 기대를 모았던 간판타자들이 죄다 부상으로 쓰러진 영향이 컸다. 장타력 급감, 득점권에서의 빈약한 해결능력도 이와 연관이 있었다. 선동렬 감독이 한숨을 내쉴 만했다.
그러나 올해는 달라질 기미가 보인다. FA시장에서 김주찬을 영입하며 타선의 무게감을 더했고 부상자들이 모두 건강하게 스프링캠프를 마쳤다. 상대팀으로서는 쉬어갈 곳이 보이지 않는 꽉 찬 구성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 들어 여러 사유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최희섭의 부활 조짐이 반갑다. 몸과 마음의 상처를 모두 치유했다는 점에서 기대치도 추상적이지 않다.

우선 몸이 정상을 되찾았다. 최희섭은 지난해 내내 허리 부상을 달고 다녔다. 고질적으로 좋지 않았던 부위인데다 지난해 스프링캠프를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하며 체계적인 관리에도 실패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꾸준히 치료를 받으며 몸 상태가 좋아졌고 스프링캠프를 완주하며 훈련량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나아진 허리 상태는 하체와 허리의 힘을 극대화하는 김용달 타격코치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한 가지 더 주목할 만한 것은 심리 상태의 호전이다. 최희섭은 최근 2년간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부상과 몇몇 사건까지 겹쳤다. 마음에는 좀처럼 따뜻한 바람을 느낄 수 없는 여건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잊고 운동에 전념하며 부담감을 상당 부분 털어버렸다는 게 팀 내부의 평가다. KIA의 한 관계자는 “표정이 좋아진 것만 봐도 최희섭의 심리적 변화를 알 수 있다”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이런 최희섭은 시범경기부터 좋은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다. 단순한 성적보다는 타구의 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희섭의 방망이를 떠난 공은 외야를 향해 총알같이 날아가고 있다. 하체가 단단하게 버텨주면서 공을 받쳐놓고 때린다. 힘은 선천적으로 타고났기 때문에 언제든지 장타를 생산할 수 있는 구조다. 타율 3할8리, 33홈런, 100타점을 기록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2009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여기서 나온다.
이범호나 김상현의 부활, 김주찬의 적응도 중요하지만 역시 KIA 타선은 최희섭이 방점을 찍어줘야 한다. 최희섭은 현재 팀 내에서 장타를 생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좌타자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우타자 중심의 팀 타선에서 큰 희소성을 가진다. 이런 최희섭이 중심타선에서 든든히 자리를 잡아준다면 나머지 선수들의 활용을 놓고 선동렬 감독의 구상도 확대될 수 있다. 최근 3년간 부진으로 고개를 들지 못했던 최희섭이 다가오는 시즌에서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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