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SK 감독은 지난해 겨울 박경완(41)이 필요하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포수는 항상 부상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라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그 상황이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이에 이 감독이 박경완 카드를 꺼내드느냐, 꺼내든다면 언제쯤이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포수왕국이라던 SK는 정작 포수 포지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전 포수로 기대를 모았던 정상호는 어깨와 허리 통증으로 캠프를 완주하지 못했다. 아직 재활 중으로 복귀한다 하더라도 몸 상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지난해 제대해 본격적인 가세가 예상됐던 이재원은 손목 부상 여파에 발목이 잡혔다. 재수술을 받아 예정보다 합류가 한 달 가량 더 늦어질 전망이다. 남은 주전급 포수는 조인성 밖에 없다.
여기서 생각나는 이름은 단연 박경완이다. SK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박경완은 수술 후유증으로 최근 2년간 1군에서 18경기 출전에 그쳤다. 3년 전까지만 해도 SK 전력의 절반으로 불렸던 박경완이지만 이제는 1군 엔트리 포함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입지가 축소됐다. 올해 들어서도 상황은 호전될 기미가 없었다. 체성분 테스트 탈락으로 1군 전지훈련에 참여하지 못했고 중간에는 옆구리 부상이라는 악재도 있었다.

이처럼 하한가를 쳤던 ‘박경완 카드’의 가치는 팀에 불어 닥친 부상 악령으로 다시 높아지고 있다. 1군 캠프가 있는 오키나와 대신 광저우 퓨처스팀(2군) 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린 박경완은 몇 차례의 실전 경기에 나서며 컨디션을 조율했다. 옆구리 부상은 광저우로 가기 전 상당 부분 회복한 상태였고 최근 그를 괴롭혔던 발목도 큰 무리는 없다는 게 퓨처스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때문에 이 감독의 의중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시범경기 막판쯤에는 1군에서 테스트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라는 예상 때문이다. 시범경기에서 한 선수가 경기 전체를 책임지는 경우는 드문 만큼 경기 중반 박경완의 투입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당장 주전으로 뛰기는 어려울지라도 1군 코칭스태프가 눈으로 몸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상황이 여유롭지는 않은 만큼 여러 자원을 실험하는 것이 보험 측면에서도 이득일 수 있다.
이 감독이 말한 ‘경쟁’에도 부합되는 구도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지난해 “박경완에게도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기회를 줄 것이다. 이 경쟁에서 이겨야 주전 포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경완은 이런 저런 사정으로 아직까지 경쟁의 기회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어쩌면 박경완으로서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 감독의 선택이 더 주목을 끄는 이유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