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용의 고민, “날개 하나가 부족해”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3.14 07: 01

신치용(58) 삼성화재 감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프로배구 최고의 명장이다. 하지만 그런 그도 모든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는 것은 아닌가보다. 레프트 한 자리의 적임자를 놓고 이 승부사가 장고에 들어갔다.
올 시즌 6연패에 도전하는 삼성화재는 올 시즌도 초반부터 맹렬하게 달려 나간 끝에 일찌감치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그 보상은 일정의 여유다. 주축 선수들이 푹 쉬며 체력을 보충한 상태로 챔피언결정전에 임할 수 있다. 6연패 가능성이 높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신 감독은 이런 예상에 고개를 내젓고 있다. 미해결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신 감독이 근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지점은 보조 레프트 공격수다. 삼성화재의 레프트 한 자리는 외국인 선수 레오의 지정석이다. 하지만 나머지 레프트 한 자리는 딱히 정해진 주인이 없다. 10년 넘게 이 자리를 지킨 ‘배구도사’ 석진욱이 잦은 부상으로 하락세를 걸은 이후부터 시작된 고민이다. 신 감독은 항상 젊은 선수들에게 “아직도 석진욱이냐. 뛰어 넘어라”고 호통치곤 하지만 석진욱만한 레프트는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보조 레프트 공격수는 공격보다는 서브 리시브와 수비적인 측면에서 공헌해야 한다. 레오에 대한 공격 의존도가 높은 삼성화재에서는 더 그렇다. 레오가 최대한 공격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원래 이 자리의 주인은 기본기와 수비 센스가 여전히 살아있는 석진욱이었다. 하지만 발목 부상 후유증으로 챔피언결정전 출전을 장담할 수 없다. 신 감독은 “상황을 봐야겠지만 (출전이) 쉽지 않을 것 같다”라고 걱정을 드러냈다.
탄탄한 조직력과 수비력, 그리고 레오의 확률 높은 공격을 통해 경기를 풀어나가는 삼성화재다. 레프트 한 자리에서 구멍이 생기면 팀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일단 신 감독은 최근 군에서 제대한 신으뜸(26)과 고준용(24)을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장점과 단점이 뚜렷해 신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
신 감독은 “그 자리는 서브 리시브가 가장 중요한 자리인데 석진욱에 비해 떨어진다. 둘 다 자신감도 부족하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신 감독은 “블로킹은 고준용이, 어려운 공 처리나 상황대처능력은 신으뜸이 조금 낫다. 훈련은 고준용이 더 많이 했고 신으뜸은 입대 전 챔피언결정전 경험이 있다”고 비교하면서 “둘을 합쳐놓으면 참 좋을 텐데…”라고 입맛을 다셨다.
단시간에 기량을 급격하게 향상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신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신 감독은 “당일 컨디션, 그리고 자신감이 강한 선수를 선택하게 될 것 같다”라고 힌트를 줬다. 큰 경기인 만큼 강한 심장을 주문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석진욱 카드를 끝까지 붙잡고 있을 뜻도 시사했다. 신 감독은 “역시 제일 좋은 것은 석진욱이 경기에 뛰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감독의 선택을 받을 최후의 1인은 과연 누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