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수 앤서니는 성공할 것인가.
KIA 외국인 소방수 앤서니 르루가 시범경기에서 연착륙에 성공하면서 활약도에 대한 주변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2002년 다니엘 리오스에 이어 11년만에 등장한 KIA 두 번째 외국인 소방수이다. 따라서 앤서니가 역대 외국인 소방수 성공사례로 남을 것인지 관심이다.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린 외국인 소방수는 스캇 프록터이다. 2012년 두산의 뒷문을 맡아 4승4패 35세이브, 방어율 1.79를 기록했다. 출중한 구원기록과 함게 팀의 4강을 이끌었으나 정작 포스트시즌에는 활약이 미비했고 재계약에 실패했다. 결정적인 실점이 잦은 탓에 감독의 신뢰를 받지 못했다.

프록터에 앞서 지난 2008년 호주 출신의 한화 좌완 브래드 토마스가 31세이브를 따내 처음으로 30세이브 고지를 돌파했다. 토마스는 2009년에도 소방수로 나섰지만 13세이브에 그쳤다. 롯데 존 애킨스는 2009년 26세이브를 올려 구원 공동 1위에 올랐다. 그러나 방어율 3.78을 기록해 그다지 위압감을 주지 못했다.
2007년 롯데 소방수 호세 카브레라는 22세이브를 따냈다. 2001년 삼성의 뒷문을 맡았던 벤 리베라도 21세이브를 따냈지만 전반기를 마치고 허리통증에 시달렸고 결국 재계약에 실패했다. 결국 역대 외국인 소방수들을 살펴보면 실적이 있더라도 강력한 뒷문지기로 팀에 우승을 안겨준 사례는 없었다.
그렇다면 앤서니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KIA 소방수로 낙점받은 앤서니 르루는 작년 선발투수로 11승을 따냈다. 애리조나 캠프 도중 갑작스러운 소방수 전환 요청에 응했다. 소방수 경험은 없지만 미들맨으로 뛴 경험이 있기 때문에 도전의식이 발동한 듯 하다. 오키나와 캠프에서 그는 "소방수는 상대에게 무서움을 줘야 한다. 머리카락을 회색으로 염색해 무섭게 보이겠다"면서 농담까지 했다.
선 감독은 앤서니를 오키나와 실전부터 꾸준히 적응훈련을 시켜왔다. 오키나와 실전에서 6경기에 등판해 6⅓이닝 2실점했다. 9회에만 등판시키다 8회에도 내보냈다. 블론세이브도 끼여 있었지만 동시에 안정감도 보여주었다. 선감독은 "이왕 소방수를 시켰으니 1년 동안 계속 기용하겠다"면서 배수진을 쳤다.
시범경기에서는 두 경기 모두 주자가 있는 상황에 등장했다. 10일 한화전에서는 4-1로 앞선 8회초 2사1루에 등판해 네 타자를 퍼펙트로 막았다. 12일 SK전에서는 6-1로 앞선 9회초 무사 만루에 나와 세타자를 삼진과 병살로 솎아냈다. 긴박한 상황에 서서히 적응훈련을 하고 있다.
선 감독은 구위와 수비, 퀵모션과 견제 등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멘탈(강한 정신력)을 변수이다. 선 감독이 의도적으로 주자가 있는 위기 상황에서 꾸준히 내보내는 이유이다. 마음속으로는 앤서니가 25~30세이브를 따내면서 우승 소방수로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과연 앤서니가 선 감독의 희망을 충족시켜줄 것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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