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마지막 생존 클럽이었던 아스날이 기적을 일으키고도 아쉽게 8강에 초대받지 못하면서 실로 오랜만에 별들의 잔치 8강에서 EPL 클럽을 볼 수 없게 됐다.
아스날은 14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1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서 전반 초반 올리비에 지루의 선제골과 후반 막판 로랑 코시엘니의 추가골로 2-0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안방에서 열렸던 1차전서 1-3으로 완패를 당했던 아스날은 1, 2차전 합계 3-3 동률을 이뤘고, 원정 다득점 우선 원칙에 따라 아쉽게 탈락의 쓴맛을 맛봤다.
이로써 뮌헨을 끝으로 빅 이어를 들어 올릴 8개의 후보가 모두 가려졌다. 하지만 EPL 클럽은 웃지 못했다. 아스날의 탈락으로 올 해 UCL 8강서는 EPL 클럽을 볼 수 없게 됐다. 1995-1996시즌 이후 무려 17년 만의 참혹한 결과다. UCL의 절대강자였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자신들이 키워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에게 비수를 맞아 고꾸라졌다.

그간 UCL에서 EPL의 강세는 확연했다. 지난 시즌 빅 이어를 들어올린 클럽은 첼시이고, 2000-2001시즌부터 최근 13시즌 동안 무려 8번이나 EPL클럽이 결승전에 진출했다. 그렇기에 작금의 현실은 더 큰 충격과 놀라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변화의 물결은 분명하다. 올 시즌 8강 티켓을 거머쥔 클럽은 레알 도르트문트 파리 생제르맹(PSG) 유벤투스 갈라타사라이 바르셀로나 뮌헨 말라가. 전통의 강호 레알 바르셀로나 뮌헨 정도를 제외하고는 최근 8강에서 구경을 해보지 못한 팀들이다.
왜 그럴까. 비슷한 특징이 있다. 막강한 자금력을 손에 쥔 클럽이 세계 정상급의 선수들을 사들이며 경쟁력 있는 팀으로 재탄생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리그1 부호 PSG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에세키엘 라베치, 티아구 실바 등을 영입하며 정점을 찍었고, 갈라타사라이도 디디에 드록바와 웨슬리 스네이더를 데려오며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스페인 맨체스터 시티' 말라가는 무분별한 영입으로 현재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UCL 8강의 성과를 이뤘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독일 분데스리가의 강세도 영향이 있다. 스페인 클럽은 UCL 8강 단골손님인 레알-바르셀로나에 말라가까지 가세하면서 무려 3장의 티켓을 따냈다. 독일 클럽도 전통의 강호 뮌헨과 2시즌 연속 리그 패권을 거머쥐었던 도르트문트가 가세하며 강력한 라인을 구축했다.
17년 만에 EPL 클럽이 좌절을 맛본 가운데 올 시즌 빅 이어의 주인공이 어디가 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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