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온도', 누군가에겐 격한 공감..누군가는 '밍숭맹숭'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3.03.14 10: 03

영화 '연애의 온도'(노덕 감독)는 누군가에게는 뜨거운 공감을, 하지만 누군가에는 특별한 감흥 없는 두 남녀의 이야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적으로 관객의 취향과 경험에 의해 감상이 달라지게 될 영화란 소리다.
최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베일을 벗은 '연애의 온도'는 은행에서 일하는 사내 커플의 만남이 아닌 '헤어짐'으로부터 시작한 영화다. 주인공은 장영(김민희)과 동희(이민기). 왜 헤어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더욱이 이들이 사내 커플이었다는 사실은 한창 만날 때가 아니라, 이들이 헤어지고 나서야 회사에 알려지게 된다. 왜냐, 헤어지고 나서 이들이 더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영화는 '현실 연애'라는 것을 가장 큰 홍보 문구로 내세우고 있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연애하는 우리가 실제로 저들만큼 한 성질하고 광분하고 피 끓는 청춘이었는지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물론 격하게 공감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헤어진 이들은 서로의 SNS를 스토킹하고 상대방이 새로 만나는 이성을 미행하는가 하면, 서로의 물건을 부숴 착불로 보내고, 커플 요금을 해지하기 전 인터넷 쇼핑으로 요금 폭탄을 던진다. 하지만 가장 큰 이별의 증거이자 복수는 무관심이라고 했던가. 그게 사랑이든 익숙함이든 뭐든 서로에 대한 자취가 아직 깊었던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나게 되고, '처음보다 더 떨린다'며 다시 솜사탕같은 사랑을 예고한다. 이들의 연애스토리는 일반 로맨틱코미디였으면 딱 여기까지 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이런 이별 후 더 뜨거워지는 연인의 모습이 아니다.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는 이들에게 사랑이란 것에 대한 존재론적인 문제인 것 같다. 분명 사랑이 있긴 있는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함과 불안함, 권태로움 등 오랜 사랑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감정들이 몰아친다.
'그 후로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동화 속 해피엔딩의 글귀가 현실 속에서는 '개나 줘 버려'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아는 우리지만, 신성하고, 영원불멸의 가치라고 배우고  믿고 싶은 사랑의 이런 모습을 영화를 통해 본다는 것은 알면서도 가슴이 아픈 일이다. 주인공들이 결혼을 해서 5년 정도 살게 된 후에는 사라 폴리 감독의 '우리도 사랑일까' 같은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어쨌든 '연애의 온도'를 본 누군가는 마치 본인의 사이코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가슴을 후벼파는 공감을 했다고 열변을 토했고, 반면 누군가는 헤어진 다음 다시 그 상대방을 만나 본 적이 없어 격하게 공감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연애의 온도'가 진짜 현실 연애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부분 부분 아주 정확하고 섬세하게 연애의 그 실상을 짚어내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헉' 소리가 날 정도로.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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