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 외의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은 아마 조인성과 송혜교를 부러워하고 있지 않을까. 이유는 바로 ‘그 겨울’이 반사전제작 드라마이기 때문.
현재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들은 거의 대부분이 생방송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숨 가쁘게 촬영이 진행, 배우와 스태프들의 피를 말리고 있다. 그러나 ‘그 겨울’은 첫 방송을 시작했을 때 이미 8회분이나 완성을 해놓은 상태였다.
이는 곧 드라마의 완성도로 이어졌고 ‘때깔’ 좋은 드라마가 탄생했다. 타드라마에서 봤던 어색한 연기나 옥의 티가 없고 황당한 전개는 찾아볼 수 없다.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열린 ‘그 겨울’(극본 노희경, 연출 김규태) 기자간담회에서 김규태 감독을 비롯해 조인성과 송혜교는 이러한 제작 시스템을 자랑스러워했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극찬했다.
김규태 감독은 “미니시리즈라고 했을 때 한 달 전에 촬영을 시작하고 조금 여유 있게 촬영하면 두 달 전에 하는데 ‘그 겨울’은 석 달 전부터 촬영을 시작했다”며 “노희경 작가가 대본은 최종까지 마무리 했고 지금 13회~15회까지 촬영을 진행 중이다. 촬영은 종영 일주일 전에 마무리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 드라마와 다른 색감과 질감을 느낄 수 있는 건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 드라마들이 ‘그 겨울’ 같은 영상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그 날 촬영에서 그 날 방송을 내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전 촬영 진행을 했기 때문에 후반작업에 공을 들일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인성은 ‘그 겨울’에서 어느 때보다 빈틈 없는 탄탄한 연기로 호평을 받고 있다. 조인성의 비주얼이 드라마 시청률 상승에 기인하는 요소이기도 하겠지만 그의 연기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완벽하다. 조인성 또한 그 이유를 반사전제작 시스템에서 찾았다.
조인성은 “대본이 4회씩 나올 때마다 리딩을 한다. 노희경 작가님이 방송분을 보고 리딩을 하면서 느꼈던 것과 현장에서 느꼈던 것을 공유한다. 일방적인 작업이 아니라 공동작이라고 할 만큼 시간을 갖는다. 그래서 후회 없는 캐릭터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노 작가님과 같이 방송을 보고 마음에 안드는 부분은 재촬영 하면서 드라마의 질을 높인다. 보충을 해야 할 것이 있으면 다시 찍어야 할 것들을 상의한다. 실수하는 게 다른 작품보다 적고 아쉬움이 덜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간이 있다는 게 좋은 것 같다. 그 만큼 퀄리티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송혜교는 “시각 장애인이기 때문에 연기하다 어색하다 싶으면 NG를 내고 다시 연기를 한다”며 노희경 작가와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춰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보다 업그레이드 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노희경 작가의 대본에서 생활대사가 많아 ‘그들이 사는 세상’ 촬영 초반 만만하게 봤었다던 송혜교는 “그래서 초반에 된통 당했다.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그때 놓친 것들에 있어 선생님도 이번에 나에 대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선생님이 당시 캐치했던 표정변화를 이번 오영 캐릭터에 반영했다. 초반에 어려웠는데 연기하다 보니 선생님이 말한 게 이런 거였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희열을 느낀다”고 노희경 작가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한편 ‘그 겨울’은 고아로 자란 도박사 오수(조인성 분)와 시각 장애를 앓는 대기업 상속녀 오영(송혜교 분)이 만나 사랑을 이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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