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이 이달 말 종영을 앞두고 있다. 부제로 내걸었던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의 미션을 끝내 채우지 못하고 방송 4년 만에 폐지 철퇴를 맞았다.
'남격'의 폐지가 씁쓸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중년이. 특히 나이 지긋한 남성 시청자들이 즐길 만한 거의 유일한 예능 프로그램이었고 초대 연출자인 신원호 PD(현 CJ E&M 소속)가 이끌던 전성기에는 합창단과 배낭여행 등 굵직하고 의미 있는 미션들로 호평과 인기를 누렸다. 이경규의 부활을 지원했고 김태원 이정진 전현무 양준혁 등 수많은 예능늦둥이들을 탄생시켰다. '1박2일'과 함께 인기 쌍끌이에 성공, '해피선데이'의 국민 예능 등극을 도왔다. 이토록 힘없는 퇴장이 아쉬운 프로그램이다.
열거한 여러 이유 외에도 '남격'의 폐지를 아쉽게 하는 이들이 있다. 가장 최근 합류한 멤버 주상욱과 김준호다. 두 사람은 지난해 7월 '남격'에 첫 등장했다. 전현무 양준혁 등이 하차하면서 그 바통을 이어받은 두 사람은 신선했다. 주상욱은 이전까지 여러 드라마를 통해 연기에만 몰두했고 고정 예능은 처음이었다. 김준호 역시 '개그콘서트'를 중심으로 코미디 활약을 주로 펼치던 만큼 리얼 버라이어티 도전은 최초나 다름이 없었다. 이경규 김국진 김태원 이윤석 등 원년 멤버 사이에 섞여 들어온 두 사람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신선한 인상을 준 것은 이 때문이었다. 물론 리얼 버라이어티가 생소한 그들이 과연 제 몫을 다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도 깔려 있었다.

그런데 주상욱과 김준호는 언젠가부터 힘이 빠져버린 '남격'에서 유일한 비타민으로 자리하고 있다. 미션이 진부하고 무의미하다, 또 재미없다는 혹평들을 받는 가운데서도 그나마 '주상욱, 김준호는 웃기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 것. 주상욱은 솔직한 성격과 적극적인 자세로 의외의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냈고 김준호는 코미디 밖에 못할 것이란 선입견을 깨고 리얼 버라이어티의 바다에 아낌없이 몸을 던졌다.
그래서 '남격'의 폐지는 두 사람의 리얼 활약상을 더 이상은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아쉽다. 물론 가깝거나 먼 미래에 또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들의 모습을 볼 수도 있겠지만 '남격' 합류 8개월, 왕성하게 물이 오른 두 사람이 자취를 감추는 건 씁쓸하다.
한편 지난 2009년 3월 29일 첫 방송을 시작한 '남격'은 이달 말 종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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