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자동차 점유율이 사상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수입차 시장의 성장에는 2012년 49.4%를 기록하고, 올해 들어 전체 판매 비중의 50%를 넘긴 소형차의 공이 가장 크다. 이러한 변화를 알아채고 지난해 한국시장에서 철수했던 시트로엥이 대표 소형차 ‘DS3’로 다시 돌아왔다.
▲ 탱탱한 방울토마토 'DS3'
‘DS3’를 접한 직원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나이를 불문하고 여직원을 비롯해 남자 직원들까지 “귀엽다” “이쁘다”를 연발했다. 방울토마토를 연상시키는 새빨간 색의 작고 아담한 시승차는 단번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체리 레드’로 명명된 이 색은 시트로엥이 주력으로 밀고 있는 색이기도 하다.

놀라운 점은 서울의 대표 트렌드 명소로 꼽히는 홍대와 가로수길에서도 행인들의 시선이 따가울 정도였다는 것. MINI의 ‘미니쿠퍼’, 폭스바겐의 ‘더비틀’ 등으로 개성 넘치는 모델들에 익숙할 만도 한데, 더욱이 트렌드에 민감한 두 장소서 받은 관심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차를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나 차량의 전면부로, ‘DS3’도 시트로엥의 DNA가 담겨있는 라디에이터그릴이 첫눈에 들어온다. 각 제조사들이 라디에이터그릴을 브랜드 얼굴로 여기고 있는 요즘, 시트로엥은 이 부분에서는 확실하게 점수를 따고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얼핏 봐도 특이한 모양새의 라디에이터그릴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새로움으로 다가가 각인되기 쉽다는 것.

대부분의 자동차들은 차량을 보다 크고, 넓어 보이게 하기 위해 세로선과 가로선의 직선을 적절히 사용하는데, ‘DS3’와 같은 차량은 특히 가로선을 주로 이용해 옆으로 확대돼 보이는 효과를 노렸다. 이 부분이 가장 잘 드러난 곳이 바로 라디에이터 그릴이며 차체에 비해 큰 헤드램프도 이에 한 몫 한다. 다만 헤드램프의 타원형과 사각형이 상충되는 것 같아 곡선으로만 처리했다면 조금 더 깔끔한 이지미를 심어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가로축을 중심으로 디자인 된 ‘DS3’에 세로축 점선으로 빛을 발하는 데이라이트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같은 라이트지만 사이드리피터는 ‘차별성’을 꾀한 것이겠지만 차체와 사이드미러 사이를 단순히 연결했다는 느낌만 준다.

측면은 곡선 처리로 통통하고 귀여운 바디라인을 완성했다. 그러면서도 비필러에서는 스포티함을 강조해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리어는 군더더기라고 할 것도 없이 깔끔해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DS3’ 로고를 적절하게 매치해 심심함을 피했다.
이와 함께 루프와 그린하우스, 바디는 각각 색상을 달리 적용할 수 있어 개성 표현을 원하는 운전자에게는 독특한 외형과 함께 상당한 메리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내 또한 심플한 외관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지만 IT와의 접목, 인포테인먼트의 대세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센터페시아는 다소 실망감이 밀려온다. 계기판의 퉁퉁한 스티어링과 뒷좌석 쪽에 위치한 컵홀더의 불편함도 안타깝다.
▲ 서울-대전 왕복, 기름 계기판 겨우 한 칸
시승은 서울 도심과 서울서 대전을 왕복해 달려봤다.

‘DS3’의 핸들을 잡고, 기어를 밟았을 때의 첫 느낌은 '반응이 좋다'였다. 퇴근 시간이 맞물리거나 시간에 상관없이 차가 막히는 구간에서 주행해도 엑셀은 엑셀대로 브레이크는 브레이크대로 각자 역할에 매우 충실했다. 두 페달 또한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았다. 첫 주행에 적응을 마치기까지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다만, 20~30km/h의 저속에서 70~80km/h의 중속까지의 가속이 조금씩 박자가 늦다. 이는 시트로엥에서는 EGS로 불리는 수동 기반의 자동 변속기 때문인데, 푸조의 MCP를 떠올리면 된다. 그래도 이전에 시승을 해봤던 푸조 '208'보다는 엔진과 미션의 셋팅이 더욱 매끄럽게 돼 있는 듯 하다. 이후 고속에서 'DS3'는 과하지 않는 정도에서 답답함 없이 잘 뻗어나갔다.
작은 차체는 인파가 몰리는 주말 홍대의 주차장 거리서도 요리조리 잘 빠져나갔다. 고속도로서는 소형차라고 과소평가 했던 스스로가 창피할 정도였다. 코너링과 가속도 모두 합격이었다. 물론 소형차에 디젤모델로, 가솔린과 그 이상 급 차량들에 비해 속도와 함께 묵직한 무게감과 힘은 찾아볼 수 없다. 속도가 120km/l이 넘어 130km/l로 올라가면 핸들을 시작으로 차체에 떨림이 느껴진다.
디자인과 기능 두 측면에서의 다양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함정은 내비게이션이 없다는 점이다. 탑재돼 있는 디스플레이 또한 없다. 운전자가 별도로 구매해 장착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S3'는 애칭까지 지어주고 싶은 차량임에는 틀림없다.
f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