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건욱이 안타를 많이 맞았지만 꾸준하게 잘 해주고 있어 선발진에 좋은 현상으로 보고 있다.”
SK 이만수 감독이 올 시즌 선발진 구상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다. 우투수 여건욱(27)이 9일 사직 롯데전 3이닝 무실점에 이어 14일 문학 LG전에서도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 선발로테이션 진입에 청신호를 쐈다.
비록 이 감독의 말처럼 여건욱은 상대 타자들에게 6개의 안타를 맞았고 수비의 도움으로 실점을 면하긴 했다. 하지만 전지훈련부터 지금까지 페이스를 잃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여건욱의 활약은 주목할 만하다.

이날 여건욱의 최고 구속은 146km였는데 이대로라면 정규시즌에서 더 빠른 공을 기대할 수 있다. 레이에스와 세든 두 외국인 투수 외에는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확정지은 투수가 없는 상황임을 돌아본다면 여건욱의 시범경기 무실점 행진은 SK에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여건욱은 고려대 졸업 후 지난 2009년 SK에 입단했지만 SK의 두터운 투수진에 밀려 좀처럼 1군 출장기회를 거의 잡지 못했다. 입단 첫 해 1군에서는 단 2경기만 뛰었고 경찰청 입대 후 지난해에 군복무를 마쳤다.
최근 예비역 신화를 쓴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렇듯, 여건욱도 경찰청에서 자신의 기량을 향상시켰다. 직구 슬라이더 투피치에서 벗어나 체인지업과 커브를 장착, 작년 퓨처스리그에서 15경기 71이닝을 소화하며 7승 3패 평균자책점 5.58을 올렸다. 크게 두드러진 성적은 아니었지만 경찰청에서 보낸 시간이 1군 선발투수가 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여건욱은 지난 두 번의 시범경기에서 직구 외에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세 가지 변화구를 비슷한 비율로 구사했다. 좌타자를 상대할 때는 체인지업을, 우타자를 상대할 때는 슬라이더의 비중을 높였다. 이미 직구 평균 구속을 140km 이상으로 올려놓은 상태기 때문에 지금의 페이스가 유지된다면 SK의 선발진의 다크호스가 될 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좌타자를 제압할 수 있는 체인지업이 생긴 게 여건욱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14일 경기를 마친 후 여건욱은 “야수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잘 넘겼다. 사실 위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위기관리 능력인데 아쉽다”고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면서 “선발투수 후보로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각오를 다졌다.
SK는 지난 몇 년 동안 삼성과 함께 리그 최정상급 마운드를 구축했었다. 그러나 2013시즌을 앞둔 지금 상황에선 부상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불펜의 핵심 박희수가 팔꿈치 부상을 당했고 박정배와 엄정욱도 부상으로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일단 이 감독은 송은범 이재영 전유수 채병용 윤길현 중 한 명을 마무리투수로 낙점, 불펜 필승조를 구축한 후 선발진을 구성할 계획. 여건욱에게는 1군 마운드를 밟을 수 있는 그야말로 최고의 기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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