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는 첫 한국행이라 슬라이드 스텝 등 기술적인 부분을 익히는 데 힘썼다. 지난 시즌에는 캠프 도중 등 부상과 가벼운 수술로 선수 본인도 “2011년보다는 페이스가 좋지 않다”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올해는 리그 적응을 마쳤고 몸에도 큰 이상이 없는 만큼 순조롭게 시즌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두산 베어스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2)의 2013년 초반은 최근 3년 중 가장 최고 페이스다.
니퍼트는 지난 14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무실점(1피안타 1탈삼진)으로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다. 총투구수 68개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43개. 직구 최고 149km까지 스피드건에 찍혔고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점검했다. 캠프 후반부 라이브 피칭과 청백전에서도 최고 145km의 직구를 던졌던 니퍼트다.
2011년부터 한국 무대를 밟아 지난 2년 간 26승을 올리며 총 381이닝을 소화한 이닝이터 에이스 니퍼트는 팀 융화력에서도 대단히 좋은 평가를 받는 투수. 성격이 둥글둥글하지만은 않은, 고집도 있는 투수지만 팀원으로서 함께해야 할 때는 동참하고 제 목소리도 낼 줄 아는 선수인 만큼 선수단도 니퍼트를 진정한 팀원으로서 인정하고 있다. 그 니퍼트가 지난해 정체기를 넘어 한국 무대 커리어하이 시즌을 노린다.

2년 전 시범경기 당시 니퍼트는 좋은 구위를 인정받았으나 주자 출루 시 셋포지션에서 슬라이드 스텝이 느리다는 평을 받았다. 당시 시범경기에서 한화를 상대로 3도루를 내주는 등 약간 난조를 비췄던 니퍼트의 당시 슬라이드 스텝 시간은 1.73초. 국내 리그 투수들의 평균적인 슬라이드 스텝 시간이 1.3~1.4초대였음을 감안하면 조금 느린 감이 있었다.
또한 니퍼트는 2년 전을 돌아보며 “5월까지는 파울 커트 등으로 투구수 소모도를 높이는 타자들이 많아 그 부분에서도 고전했다. 5이닝을 간신히 넘겼는데 100구 이상을 던졌을 때도 있었다”라며 적응기가 있었음을 밝혔다. 니퍼트는 이후 포심-커브 패턴에서 체인지업, 투심 비율을 높이며 이닝이터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2011년 니퍼트의 성적은 15승 6패 평균자책점 2.55(2위)로 일본 요미우리, 소프트뱅크 등이 니퍼트 영입 물밑 작업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해 니퍼트는 11승 10패 평균자책점 3.20으로 전년과 비교해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 도중 등 부위에 석회질이 발견되어 이를 긁어내는 수술을 받아 잠시 훈련을 쉬기도 했던 니퍼트는 그로 인해 2011년과 비교했을 때 그리 좋은 페이스는 아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직구 구속과 구위도 2011년보다 하락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고 체인지업 실투로 인해 집중타를 맞는 순간도 더러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전지훈련 당시에도 니퍼트는 “스피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체인지업 구사 시 릴리스포인트를 좀 더 예리하게 맞춰 더 크게 떨어지는 각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지난해보다 더 위력적인 면모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시범경기 NC전 후에도 니퍼트는 “여러가지 시도를 해봤는데 전체적으로 잘 됐다. 체인지업을 던질 때 팔꿈치가 먼저 나가는 부분 정도를 보완하면 괜찮을 것이다. 몸 상태는 완벽하다”라고 투구를 자평했다. 지난 2년 간의 시범경기에 비해 스스로 투구 내용 점수를 더 높였다.
리그에서 확실히 검증이 되었고 몸에도 큰 문제가 없다. 시범경기 초반 최고 구속 149km에 평균 140km대 중반이라면 그가 보여준 능력 등을 감안했을 때 최고 153~4km, 평균 140km대 후반의 직구 구속과 묵직한 구위를 기대해볼 수 있다. 국내 타자들은 지난해 니퍼트가 주춤했을 때도 “203cm 장신으로 릴리스포인트가 높은 만큼 높게 몰리는 공이 아니면 굉장히 어려운 투수다”라고 밝혔다. 3년 중 최고 페이스로 개막을 기다리는 니퍼트는 올해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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