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앞쪽에서 경기했는데 마음은 편했다. 톱랭커들과 경기했으면 긴장했을텐데, 오히려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시니어 데뷔 이후 처음으로 뛰어보는 앞쪽 순서였지만, 김연아(23)는 담담히 자신의 연기를 펼쳤다. 김연아는 15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 위치한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SP)에 출전해 기술점수(TES) 36.79점 예술점수(PCS) 33.18점을 받아 총점 69.97점을 기록, 1위를 차지했다. 14번째로 경기를 치른 김연아는 전체 35명의 선수 중 24명만 진출할 수 있는 프리스케이팅 진출을 확정지었다.
14번째 순서는 김연아에게 있어 낯설 수 밖에 없다. 시니어 데뷔 이후 줄곧 톱랭커였던 김연아는 마지막 5, 6조에서 연기를 펼치는데 익숙하다. 하지만 지난 시즌을 통째로 건너뛴만큼, 이번 대회서는 세계랭킹 1위부터 12위까지에게 배분되는 마지막 5, 6조 추첨권을 얻지 못했다.

그리고 김연아는 조추첨에서 14번을 뽑아들었다. 평범한 스케이터라면 양날의 검과 같을 순서였다. 우승을 다투는 다른 선수들보다 앞에 뛰기 때문에 심리적인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지만, 경쟁자들이 마지막 5, 6조에 몰려있기 때문에 점수 판정에 있어 불리한 요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연아는 평범한 스케이터가 아니었다. 조추첨 후에도 "적당한 것 같다. 새벽 일찍 나와 연습해야하는 1조가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여유를 보인 김연아는 당일에도 침착한 연기를 펼치며 점프를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앞선 순서에 대한 부담감이나 중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여유롭게 경기를 마친 김연아에게 버드와이저 가든스의 관중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김연아는 "오랜만의 큰 대회에서 좋은 선수들과 함께 경기했다. 오랫동안 경험하지 못했기에 걱정도 했었다"며 "하지만 앞쪽에서 경기해서 마음은 편했다. 톱랭커들과 경기했으면 긴장했을텐데, 오히려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미소를 보였다.
"생각보다 긴장을 많이 안했다. 예상보다 관중이 꽉 차있지 않았고, 머리 속으로 연습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김연아는 "오늘 경기는 끝났으니 컨디션 조절 잘해서 프리스케이팅은 긴장하지 않고 연습만큼 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costball@osen.co.kr
런던(캐나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