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선언 오상진, 김성주에게 배워라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3.03.15 08: 03

[유진모의 테마토크] 현재 예능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지상파 방송사 아나운서 출신 예능인은 단연 MBC 출신 김성주와 KBS 출신 전현무다. 그리고 자의든 타의든 프리선언을 하는 아나운서 중 비교적 일찍 방송사를 퇴사한 MBC 아나운서 오상진이 그들의 뒤를 바짝 쫓을 태세다.
오상진의 행보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보통 아나운서들이 오랜 기간 회사 소속으로 활동을 하며 충분하게 경력과 지명도를 쌓은 뒤 퇴사해도 먹고 살 수 있을 만큼의 조건을 갖췄다 생각될 때 프리랜서로 독립하는 것과 달리 오상진은 이제 고작 7년차인데 프리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독립하는 아나운서의 보편적인 이유인 자유롭고 버라이어티한 활동을 위해서가 아닌, 적극적인 파업 동참으로 인한 회사의 불합리한 조치에 반발해 떼밀려 나가는 형식으로 퇴사했다는 게 주목받는다.
오상진은 지난해 1월부터 약 6개월간 MBC 노조의 파업에 동참했다. 그리고 그는 MC를 맡고 있던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 시즌2'에서 하차한 이후 퇴사 전까지 단 한 번도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밀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지난달 22일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그후 그의 행보는 꽤 잰걸음이다. 사표는 즉각 수리됐으며 지난 5일 배우 류승룡 김무열 등이 속해있는 프레인TPC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최근 SBS '땡큐' 측으로부터 출연제안을 받고 조심스레 검토 중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으로부터도 출연 제안을 받고 이달 중으로 행보를 정할 예정이다.
남자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또 일찍 프리선언을 하는 여자 아나운서 중에서 롤모델을 찾으라면 백지연일 것이다. 그런데 남자 아나운서의 프리랜서 롤모델은 아주 많이 거슬러 올라가 김동건 정도를 볼 수 있을 뿐 현재로선 김성주와 전현무가 가장 보편타당한 인물이다. 즉 남자 아나운서의 프리랜서 시대는 시작된지 얼마 안 된 셈이다.
이렇게 남자 아나운서의 프리랜서 시대가 새롭게 열린 배경은 예능 프로그램의 활성화로 경쟁이 치열한 상태에서 방송국에서 자사의 재치있는 아나운서들을 쉽게 출연시킴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예능 아나운서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 있다. 오죽하면 '아나테이너'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그렇다면 오상진이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의 목표는 어디로 정해야 할까?
 
전현무는 대표적인 예능 아나운서다. 방송사에서 주로 뉴스 진행의 목적으로 뽑은 아나운서는 어느 순간부터 예능 프로그램으로 그 활동영역을 넓히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가장 돋보인 아나운서가 바로 그다. 따라서 그의 이른 프리선언은 이미 충분히 예고된 일. 소속사도 막강한 SM C&C다.
 
그는 독립 후 케이블TV Mnet '보이스 키즈'를 진행하는가 하면 MBC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에 출연하며 연기자로도 활동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종횡무진 누비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현재 고정출연 중인 프로그램은 'MBC '블라인드 테스트 180도' 케이블TV tvN '세 얼간이 그리고 MBC every1에서 16일부터 방송되는, 연예인 가상 부부가 아이들을 돌보며 생기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오늘부터 엄마 아빠' 등이다.
 
프리선언 시작부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 전현무에 비해 김성주는 꽤 고된 신고식을 치렀다. 2000년 MBC에 입사한 그는 7년만에 회사를 나왔다. 그의 독립에 대해서는 긍정보다는 걱정의 시각이 컸다. 당시만 하더라도 아나운서의 예능계 활약이 그닥 활발하지 못할 때였기 때문에 김성주의 입지가 그리 넓지 못한 이유다.
예상대로 그는 처음에는 고전했다. 친정집인 MBC는 괘씸죄로 그에 대해 배타적이었고 그리 두드러진 예능감을 보인 것도 아닌 김성주를 KBS나 SBS에서 썩 내켜하지도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그를 도와준 사람은 조금 과장하자면 오상진이다. 왜냐면 지난해 MBC 노조의 대규모 장기파업 때 마땅한 진행자가 없어 사 측이 김성주를 런던 올림픽 중계방송의 캐스터로 캐스팅했고 마침 케이블TV Mnet '슈퍼스타 K'의 진행을 맡아 모처럼 실력발휘를 하던 김성주는 오랫만의 지상파 입성으로 자신의 진가를 한껏 뽐내며 찬란한 귀환을 알렸다.
 이제 그는 확실하게 흐름을 타고 있다. 요즘 그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프로그램은 MBC 예능 '일밤-아빠! 어디가?'다. 그동안 MBC는 매우 중요한 일요일 초저녁 시간대에서 추레한 모습을 보였다. 이 치열한 주말 예능의 시간대에서 SBS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와 KBS2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게 계속 밀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사 측에서조차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아빠! 어디가?'는 단숨에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꿰차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일부 외주제작 드라마와 '무한도전' 외에는 별로 내세울 게 없었던 MBC로서는 모처럼 효자를 만난 셈이다.
물론 이 프로그램을 김성주 혼자서 이끄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평범한 아빠와 아이의 여행기를 통해 보통 부모자식 간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그려냄으로써 공감을 이끌어내고 힐링을 선사하겠다는 프로그램의 포맷에 철저하게 안성맞춤의 옷을 입은 김성주 부자는 시청률 확보의 첨병임은 확실하다.
김성주는 전현무처럼 나대는 스타일이 아니다. 개그맨이 무색할 정도로 '깨방정'을 떨어대는 전현무와 달리 김성주는 다소 어눌하다. 개인기를 자랑하는 일도 없다. 그런데 그런 허술함이 시청자를 웃긴다. 인간미가 넘치기 때문이다.
아나운서라도 프리랜서로 변신하면 일반 개그맨과 마찬가지로 치열한 경쟁의 전쟁터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시청자의 눈에 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전현무는 생존의 법칙에 의해 자신이 가진 기량을 모두 쏟아내는 총력을 기울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프리랜서라고 하더라도 시청자가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에게 바라는 것은 개그맨에게 바라는 그것과는 다르다. 시청자는 전현무와 김성주에게 유재석과 강호동을 원하지 않는다.
오상진은 더욱 그렇다. 오상진은 프리랜서 아나운서 중 가장 젊고 '곱상한' 용모의 소유자로서 경쟁력이 뛰어나다. 그는 나이답지 않게 차분한 진행으로 굉장한 호감을 준 아나운서였다.
이제 방송인 혹은 연예인의 길로 접어든 만큼 그는 확실하게 자신만의 강점을 찾아내야 하고 그것을 강력하게 부각시킬 '끼'를 갖춰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개그감각은 아니다. 요즘 시청자는 KBS2 '개그콘서트'를 보고 웃기도 하지만 MBC '라디오 스타'를 보고 웃기도 하고 KBS2 '안녕하세요'를 보고 웃기도 한다.
즉 아나운서 출신이라는 점을 최대한 장점으로 활용해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지성에 대한 믿음을 주고 그것을 근간으로 한 훈훈한 웃음을 줄 줄 아는 진행과 토크로 무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김성주와 전현무의 장점을 배우고 그들의 단점에서 보완점을 찾아내 개성을 살린 중도의 길을 걸어야 하겠지만 최소한 전현무의 '깨방정'은 거울이 아니다. 왜냐면 시청자가 전현무에게 바라는 것과 오상진에게 바라는 것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상진은 뼛속 깊이 명심할 게 있다. 그는 공정한 언론을 수호하겠다는 목표로 파업에 동참했다가 회사로부터 차별대우를 받았다. 그렇다고 친정집을 향한 복수의 칼날을 갈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가 회사가 무시할 정도로 쓸모 없는 아나운서는 아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그게 바로 퇴사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그런 자신감이 없었다면 회사의 실질적인 징계 조치에 얌전하게 순응해 사원 신분을 유지하는데 급급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다. 그것은 그의 존재감에 대한 당당함과 자신감이고 성공에 대한 절대믿음이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래서 오상진은 보란듯이 성공해 역으로 MBC 예능의 러브콜에 계산기를 들이미는 때를 맞아야 한다. 그래서 전현무가 아닌, 김성주를 배워야 한다.
[언론인,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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