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안다고 6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도전하는 삼성화재는 시종일관 여유가 있었다. 경험에서 우러난 답변 또한 최근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나머지 두 팀과 온도차가 있었다.
삼성화재 선수단 대표는(신치용 감독, 주장 고희진, 외국인 선수 레오)는 15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2-2013 NH농협 V-리그 남자부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챔피언결정전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목표는 오직 우승이라고 강조한 삼성화재 선수단은 6년 동안 누구에게도 정상을 허락하지 않은 팀답게 다소 어려운 질문도 매끄럽게 넘어가는 노련함을 선보였다.
신치용 감독은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 중 누가 올라왔으면 좋겠느냐. 한 팀만 뽑아달라”라는 질문에 “글쎄요, 이런 질문을 좀 하지 말아달라”라고 하소연하면서 “이런 대답을 해서 별로 득이 될 것이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찍힌' 팀은 삼성화재에 약한 면모로 다가왔다며 독을 품을 수 있고, '안 찍힌' 팀도 자존심이 상해 전의를 불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2년 연속 대한항공이 올라왔는데 대한항공은 감독이 바뀌었으니 안 바뀐 팀과 하고 싶다”며 현대캐피탈을 겨냥했다. 이후 신 감독은 “현대캐피탈이 약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답변을 한 것이 아니다. 대한항공은 감독대행 체제 아니느냐. 대행체제보다는 정식감독체제에 지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한 이야기”라고 농을 던졌다. 답변부터 수습까지 프로배구 최고 명장다운 매끄러움이 있었다.
같은 질문을 받은 주장 고희진 역시 “상대 선수들의 전의를 불태우게 할 이유가 없다. 이런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말라는 특명을 받고 왔다”고 귀띔하며 좌중에 미소를 흐르게 했다. 고희진은 “어차피 당일 컨디션이다”이라며 끝까지 특정팀을 말하지 않았다.
우승 후 세리머니를 묻는 질문에도 ‘세리머니 킹’ 고희진은 팬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해줄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지금 어떤 세리머니를 정하지는 않겠다”라고 했다. 김칫국을 먼저 마시는 대신 우승을 한 뒤 모든 것을 생각하겠다는 뜻이었다.
한편 고희진은 선수단 약점을 뽑아달라는 질문에 “선수단의 신뢰 문제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 약점이 없었기 때문에 정규리그 우승을 했다고 생각한다. 약점이 없다”고 말했고 외국인 선수 레오 역시 “모든 방면에서 완벽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가 지금처럼 맹훈련을 하는 이유”라고 피해갔다.
우승 후 공약에 대해서도 신 감독은 “여행이나 격려금은 당연한 건데 선수들은 그냥 하고 싶은대로 놔두는 것을 더 좋아하더라”라고 경험을 밝힌 뒤 “한 달간은 선수단에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겠다”고 선수들이 원하는(?) 대답을 내놨다. 한편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이 플레이오프를 2차전에서 끝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자 신 감독은 손가락 세 개를 펼치며 “난 이거다”라며 관계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플레이오프가 최대한 오래가길 바라는 정규시즌 우승팀 감독의 속내를 솔직하면서도 재밌게 털어놓은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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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