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km 꽝!꽝!’ 김강률, 잠재력 폭발하는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3.16 06: 26

“원래 제가 스피드가 잘 나오면 제구도 약간씩 잡히는 스타일이에요. 전지훈련을 치르면서 기복차를 약간은 줄인 것 같습니다”.
전지훈련 때도 던졌다 하면 150km이 펑펑 찍혔다. 일본 프로팀과의 연습경기에서도 상대 주전 마무리를 압도하는 구위로 눈을 사로잡았다. 두산 베어스의 또 다른 파이어볼러 김강률(25)이 2013시즌을 야구 인생의 새로운 장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기고를 졸업하고 2007년 2차 4라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던 김강률은 고교 시절 서울 지역 4대 우완 중 한 명으로도 꼽혔던 유망주다. 오랫동안 2군과 병역 의무 이행으로 인해 기량 연마에 힘썼던 김강률은 2011시즌부터 조금씩 1군에서 출장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불안한 제구와 많은 폭투 횟수로 인해 붙박이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강률은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에서 가장 기량 성장폭이 큰 투수 중 한 명으로 꼽혔고 일본 프로팀과의 연습경기에서도 6차례 출장해 1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50으로 호투했다. 이때 이미 150~151km의 광속구를 뽐낸 김강률은 지난 2월 28일 라쿠텐 1군과의 연습경기에서도 막판 1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올렸다. 그 때 라쿠텐도 주전 마무리인 아오야마 고지를 막판에 투입했다. 아오야마도 이날 최고 149km의 공을 던지며 1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당시 2층 중앙석에서 김강률과 아오야마의 공을 번갈아 본 두산 전력분석팀은 “저 라쿠텐 투수가 누구인가”라고 먼저 물었다. 아오야마는 지난해 22세이브(리그 4위)를 올리는 등 최근 몇 년 간 라쿠텐에서 셋업맨과 마무리로 맹활약한 주력 투수. “어쩐지 공이 좋더라”라고 이야기한 전력분석 측은 “그런데 저 투수보다 강률이의 구위가 압도적으로 우월했다. 제구력에서도 한층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라며 더욱 놀랐다.
“캠프를 치르면서 제 투구 밸런스를 조금씩 찾는 것 같았어요. 제가 원래 스피드가 잘 나오는 날에는 제구력도 꽤 잘 잡히는 스타일이거든요. 구속이 안 나오면 제구도 안 되고요. 경기에 자주 출장하다보니 투구 감도 점차 찾는 것 같았어요. 그동안 직구-스플리터 투 피치 스타일로 던졌다면 이제는 슬라이더도 실전에서 던지면서 구종 선택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사실 김강률은 입단 당시부터 팀의 미래 마무리감으로 점찍었던 후보 중 한 명이다. 김강률이 2008년 2군의 에이스로 활약하던 당시 구단 관계자는 “2군에서는 선발로 뛰고 있지만 워낙 구위가 좋은 투수라 1군에서는 장차 마무리로 뛰게 될 것이다”라는 미래 계획도를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지금 김강률은 마무리 전 단계인 셋업맨 후보로 시범경기에서 모의고사를 치르는 중이다. 지난 15일 포항 NC전에서 김강률은 1이닝 1탈삼진 무실점 세이브와 함께 최고 150km의 직구를 던지며 8-5 승리를 지켰다.
젊은 선수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점 중 하나는 시즌 전 관심에 미리 우쭐해져 기량 연마에 느슨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 아니면 그 실체 없는 스포트라이트에 혼자 생각만 많아지다가 결국 그라운드에서 제 실력을 뽐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는 경우도 있다. 김강률은 적어도 “그 부담감은 없다”라며 웃었다.
“부담이나 자만감은 없습니다. 제가 선수로서 팬들 앞에 설 수 있는 좋은 기회를 향해 다가가는 만큼 더 열심히 뛰어야지요. 지금 목표는 개막 엔트리 진입 뿐입니다. 그리고 꿈은 시즌 때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키워가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미완의 대기는 과연 포텐셜을 폭발시킬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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