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은 우승팀이야, 우승팀. 안 그래?".
한화 김응룡 감독은 지난 15일 목동 넥센전 앞두고 절친한 주성노 넥센 스카우트 이사의 인사를 받자마자 대뜸 한마디 툭 던졌다. "넥센은 우승팀이야. 그 정도면 전력이 좋은 것 아니냐"며 칭찬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주성노 이사가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고 웃으며 손사래쳤지만, 김 감독은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멤버가 아주 좋다"며 칭찬을 멈추지 않았다.
김응룡 감독이 뜬금없이 넥센을 '우승 전력'이라고 이야기한 데에는 한화 선수단의 기를 살려주기 위한 뜻이 강해보였다. 한화는 지난 14일 넥센을 제물삼아 시범경기 첫승을 거뒀다. 특히 투수들이 9이닝을 2실점으로 합작했다. 넥센 같은 강팀 상대로 승리했으니 그만큼 한화의 전력도 만만치 않다는 표현의 또 다른 화법이었다.

하지만 김응룡 감독의 평가대로 대다수 야구 전문가들이 올해의 넥센을 예사롭지 않은 시선으로 주목 중이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도 "올해는 넥센이 만만치 않은 야구를 할 것이다. 예전과 비교할 때 투타에서 전력이 많이 좋아졌다. 멤버 구성이 탄탄하다. 염경엽 감독의 전략도 뛰어나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주목해 봐야할 팀"이라고 말했다.
지난 몇 년간 넥센은 지속적인 핵심 선수 유출 영향 탓에 거의 매년 하위권으로 평가받았고, 시즌 후 결과는 예상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넥센은 창단 후 처음으로 전반기를 3위로 마치는 돌풍을 일으키며 한껏 기세를 올렸으나 후반기 거짓말 같은 추락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아쉽게 좌절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기대치 자체가 많이 달라져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전력에서 플러스 요인이 있는 건 아니지만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염경엽 감독의 지도력, 외국인 원투펀치 브랜든 나이트와 앤디 밴 헤켄 그리고 각각 MVP·신인왕을 차지한 박병호와 서건창 등 주력 선수들이 자리를 잡으며 멤버 자체는 구색이 갖춰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단 전체도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그렇다면 염경엽 감독의 생각은 어떠할까. 마침 김응룡 감독의 말이 있기 전 염경엽 감독도 이와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염 감독은 "아직 우리는 싸우는 팀이 아니다. 싸우면서 만들어가는 팀이다. 야수로는 이택근·강정호, 투수로는 외국인 2명과 손승락·이정훈 정도가 자기 커리어가 있는 선수들이다. 박병호와 서건창은 이제 자기 것을 지켜야 한다. 그 외의 선수들은 사실 아직 불확실하다. 만들어가야 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그 만들어가야 할 선수들이 터진다면 의외의 폭발력을 일으킬수 있다. 투수 강윤구, 타자 이성열이 대표적이다. 강윤구가 풀타임 선발투수로 로테이션을 지키고, 이성열이 지명타자로 자리 잡는다면 투타에서 굉장힌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염 감독은 "강윤구와 이성열 모두 아직 불확실하지만, 자리를 잡는다면 우리팀이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하나는 백업 멤버 강화다. 지난해 넥센은 주전 선수들이 지쳐 있을 때 그들을 대체할 만한 선수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었다. 후반기 추락의 결정적 이유였다. 염 감독은 "작년에는 주전-백업 사이의 기량차가 컸지만, 올해는 박헌도·신현철 같은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 감독으로서 골라 쓸 수 있는 여유생겼다. 강팀은 백업이 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의 조건들이 모두 충족하면 넥센은 분명 강한 팀이 될 것이다. 김응룡 감독은 빈말이라도 결코 허투루 말하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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