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사이드암투수 신정락(26)이 2013시즌 개막을 2주 앞두고 LG 마운드의 핵으로 부상 중이다. 15일까지 두 번의 시범경기 등판에서 7이닝 10탈삼진 무실점으로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물음표로 가득했던 토종 선발진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 필승조 역할도 소화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15일 선발 등판한 문학 SK전이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게 했다. 이날 신정락은 비록 시범경기지만 1군 무대 첫 선발 등판에서 5이닝 1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고 선발승도 따냈다. 좌타자와 11번, 우타자와 5번 마주했을 만큼 SK 타선이 좌타자 위주로 배치됐음에도 이들을 가볍게 돌려세웠다. 직구 투심 커브 3가지 구종을 마음먹은 로케이션에 안정적으로 꽂아 넣었고 SK 타자들은 춤추듯 움직이는 신정락의 투구에 헛스윙만 했다.
경기 후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정락이가 구위도 많이 올라오고 안정된 투구를 보여줬다. 운영 면은 좀 부족하지만 위기관리능력 같은 것은 경험을 통해 느껴야한다고 본다. 지난해 투구폼을 바꿨는데 구속은 앞으로 계속 올라올 것이다”고 신정락의 호투에 만족을 표했다. 그러면서 차 코치는 “물론 정락이가 올 시즌 선발진에 포함될 가능성도 높지만 경우에 따라 시즌 초반 (유)원상이가 못나온다면 정락이가 원상이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LG 전력의 가장 큰 변수는 토종 선발진이다. 벤자민 주키치와 레다메스 리즈의 외국인 원투펀치는 지난 2년 동안 검증을 마쳤지만 풀 시즌을 소화한 경험이 있는 토종 선발투수는 전무하다. 김광삼이 오른쪽 팔꿈치 수술로 올 시즌 출장이 쉽지 않으며 지난해 가능성을 보였던 좌완 신재웅과 최성훈도 컨디션 난조로 구리에 있다. 우규민 신정락 임찬규 한희 김효남 임정우 중 셋이 선발진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단 우규민과 신정락이 선발 등판에서 무실점 호투로 선발진 진입에 다가섰다.
만일 남은 일주일 동안 상황이 지금과 똑같이 돌아간다면 LG는 우규민과 신정락, 두 사이드암투수를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시키게 된다. 하지만 이럴 경우 선발진 구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우규민과 신정락 모두 최근 시범경기에서 충분히 선발투수로 성공 가능성을 증명했지만 사이드암투수의 선발 등판은 몇 가지 불안요소를 내제하기 마련이다.
상대가 좌타자 중심의 타순을 구성하는 것은 물론, 큰 투구모션을 노리고 적극적으로 주루플레이에 임하게 된다. 올 시즌 대부분 팀들이 발야구를 자청하고 있는 만큼, 혹시라도 상대 주루플레이에 쉽게 휘말려버리면 경기 흐름을 잡기가 힘들어진다. 차 코치 역시 “선발진에 사이드암 투수가 2명 있는 게 좋은 구성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셋업맨 유원상의 몸 상태다. 유원상은 제3회 월드베이볼클래식(WBC) 국가대표로 발탁되면서 예전보다 일찍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마음대로 구위가 올라오지 않았고 LG로 복귀한 후 오른쪽 팔꿈치에 통증을 느꼈다. 유원상은 다음 주부터 시범경기에 등판할 예정인데 투구내용이 정상 컨디션 때와 차이가 있다면 차 코치의 말대로 신정락이 유원상이 돌아올 때까지 셋업맨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1군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한 적이 없는 신정락이 셋업맨과 선발진을 오가는 것은 스스로에게 크게 부담이 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LG 코치진은 신정락의 예전 투구 폼이 내구성과 제구력을 모두 떨어뜨린 원인으로 진단했고 투구 폼을 수정케 했다. 실제로 신정락은 지난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온 몸을 사용하며 눈을 감은 채 공을 던지곤 했다. 와일드한 투구 폼 덕에 작은 체구에도 150km의 공을 던졌을지 모르지만 매 시즌 아팠고 공도 원한 곳으로 가지 않았다.
신정락은 팔을 내리면서 투구 폼을 바꾼 초창기만 하더라도 “제구는 확실히 좋아졌는데 공이 느려졌다”고 고민했었다. 그러나 차명석 투수코치는 “정락이의 예전 투구 폼은 정상적으로 던질 수가 없는 폼이었다. 몸에 무리가 가는 것은 물론, 그 폼으로는 제구력을 잡기가 힘들다”며 “정락이는 투구 폼을 바꿔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바꾼 투구 폼에 익숙해지면 공은 다시 빨라지게 되어있다”고 자신감을 전했고 이는 현실이 되고 있다.
부상으로 프로 3년 동안 1군에서 단 44이닝만 소화했던 신정락이 바뀐 투구폼으로 내구성과 제구력을 모두 얻는다면, 올 시즌 LG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특급 스윙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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