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많은 전화를 받았다. 하나 같이 대표님의 야구 지식이 상당히 박식하시다고 하시더라".
넥센 염경엽 감독은 지난 14일 목동 한화전을 마친 뒤 지인들로부터 많은 전화 세례를 받았다. 이날 넥센은 한화에 2-3으로 졌고, 시범경기이기에 승패는 큰 의미가 없었다. 이날 염 감독에게 전화를 건 이들의 주제는 다름 아닌 이장석(47) 넥센 대표이사였다. "하나 같이 이장석 대표님의 야구 지식이 상당히 박식하다고 하시더라"는 게 염 감독의 말이었다.
▲ 세세한 선수 분석과 지적

이장석 대표는 지난 14~1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시범경기에 연이틀 '게스트'로 객원 해설에 나섰다. 이틀간 넥센-한화전은 TV 중계가 잡혀 있지 않았고, 넥센 구단은 마케팅팀을 동원해 인터넷 방송으로 자체 중계했다. 이 자리에 이장석 대표가 게스트로 초청돼 야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여과 없이 자랑했고, 야구팬들과 야구인들 사이에서도 단박에 화제가 됐다.
이장석 대표는 선수 개개인의 프로필은 물론 장단점과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가령 "김상수(넥센)는 한 구종에 꽂히면 그것만 던지는 성향이 강하다. 직구를 좋아하는 오선진(한화)에게 직구밖에 던지지 못했다"는 식으로 지적하며 "초구 바깥쪽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자꾸 그쪽으로만 던지려는 패턴이 보인다. 역으로 갈 줄도 알아야 한다"는 전문가급 분석이었다.
결과를 떠나 과정을 중요시 하는 야구관도 보였다. 14일 경기에서 신인 투수 조상우가 한화 김태균에게 직구로 정면승부하다 우월 투런 홈런을 맞았지만 이 대표는 오히려 "김태균 같은 선수에게 힘 대 힘으로 붙을 줄도 알아야 한다. 홈런을 맞았지만 잘했다"고 칭찬했다. 아울러 "투수는 야수들도 생각하면서 야구해야 한다"는 말로 볼넷을 남발하는 투수들에게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선수 개개인에 대한 분석뿐만 아니라 기록과 데이터에 접근하는 방식은 현장의 전문가 이상이었다. 이 대표는 "야수를 판단하는 기준은 OPS"라고 강조하며 "서건창은 1번으로 나올 때에는 2번으로 나올 때보다 출루율과 OPS가 떨어진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출루율-장타율을 합한 OPS는 미국 야구 전문가들에게 기본과도 같은 데이터지만 여전히 국내에서는 생소하게 취급받는다는 점에서 야구단 대표의 OPS 역설은 확실히 남달랐다.
▲ 말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
비하인드 스토리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2010 신인 드래프트에서 이 대표는 스카우트팀에 안승민을 지명해야 한다고 했지만 그는 3라운드에서 한화에 지명됐다. 이 대표는 "문성현마저 지명하지 않는다면 스카우트팀을 없애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넥센은 4라운드에서 문성현을 지명할 수 있었다. 안승민과 문성현은 그해 지명된 선수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각각 MVP-신인왕을 차지한 박병호와 서건창의 영입 과정도 흥미로웠다. 박병호는 LG와 트레이드 2년 전부터 이숭용의 대체할 1루수로 눈여겨보고 있었고, 송신영급이 아니면 트레이드가 어렵기에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서건창의 경우 NC에서 트라이아웃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3일 먼저 테스트를 열어 입단시켰다고 설명했다. 남다른 안목과 발빠른 결단이 MVP와 신인왕 배출로 이어진 것이다.
구단 운영과 관련된 굵직굵직한 사안을 처리해야 하는 한국프로야구단 대표는 야구 외적인 업무를 중시할 수밖에 없는 자리다. 야구 자체에 대한 공부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장석 대표는 2008년 히어로즈 창단 때부터 구단을 움직이는 핵심 수뇌부로 선수단 조각 및 운영을 전면에서 주도했고, 야구 지식과 깊이도 상당하다. 쉽게 말해 메이저리그식 야구단 사장이다.
염경엽 감독은 "난 경기를 해야 하느라 대표님의 해설을 들을 수 없었다. 주위에서는 '네가 많이 피곤하겠다'는 말도 하더라"며 "하지만 나 역시도 사장님을 통해 모르는 부분을 배울 수 있고, 내가 사장님께 설명을 할 수도 있다. 야구를 많이 잘 아시기 때문에 오히려 더 쉽게 이야기할 수 있고, 내게는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초보' 염경엽 감독을 선택한 이장석 대표의 결정은 그래서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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