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덕한-김명성 트레이드, ‘윈윈’될까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3.16 06: 34

한 팀은 투수들의 의중을 읽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포수를 데려오며 백업 포수진을 안정시켰다. 그리고 그 포수를 내준 팀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병역특례를 안고 프로 무대에 입성한 우완 유망주를 받아 미래 투수진을 튼실하게 해줄 주축 투수로 만들고자 한다.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가 맞바꾼 포수 용덕한(32, 롯데)과 우완 김명성(25, 두산)이 2013시즌 자신들의 거래를 윈윈으로 만들 수 있을까.
지난해 6월 17일 두산과 롯데는 용덕한과 김명성이 오간 1-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용덕한은 2004년 데뷔 이래 두산에서 1군 백업 포수로 주로 뛰며 2009시즌 후반기에는 주전 포수로도 활약했다. 2010년 준플레이오프에서는 현 소속팀 롯데를 2연승 후 3연패로 몰아넣으며 준플레이오프 MVP가 된 바 있다. 2011시즌 롯데 1라운드 신인으로 입단한 김명성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유일한 아마추어 멤버(당시 중앙대 소속)로 금메달 기쁨과 함께 병역 특례 혜택을 얻었다.
주전 강민호의 뒤를 잇는 포수를 필요로 했던 롯데가 두산에서 출장 기회를 잃었던 용덕한에 대한 러브콜을 줄기차게 보냈고 두산이 프로 데뷔 후 2군에서도 확실한 족적이 없던 김명성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거래다. 용덕한이 그해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강민호의 안면 부상 공백을 메우고 2차전 결정적인 솔로포까지 터뜨린 반면 김명성이 2군에서 투구 밸런스 조정에 힘쓰며 지난해 트레이드 손익은 롯데 쪽으로 기울었다.

지금은 그 기울어진 시소가 평행에 가까워 질 가능성도 있다. 김명성은 지난 15일 포항 NC전에서 8회 릴리프로 등판해 1이닝 동안 2개의 안타를 내줬으나 크게 흔들리지 않고 탈삼진 2개 포함 무실점으로 홀드를 따냈다. 롯데 시절 135km도 드물게 던지던 김명성은 이날 145km 이상의 직구를 연신 던졌다. 용덕한은 주전 강민호의 체력 안배를 위해 1주일 간 1~2차례 선발 포수로 출장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두산에서는 김명성의 올 시즌에 대해서도 일단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구속은 확실히 빨라졌으나 아직 투수 구력이 짧은 편이라 좀 더 많이 던지면서 자기 투구 감을 익혀야 한다”라는 것이 김진욱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현재 시각. NC전에서도 김명성은 볼넷을 내주지 않았으나 다소 몰리거나 높게 뜬 공이 더러 있어 안정적인 투구는 아니었다.
시범경기에 앞서 둘은 일본에서 맞대결을 펼친 적이 있다. 지난 2일 일본 미야자키 기요다케 구장에서 두산과 롯데가 연습경기를 가졌고 용덕한은 8번 타자 포수로 스타팅 출장, 김명성은 선발로 나섰다. 이날 2이닝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던 김명성은 2회초 용덕한과 맞대결해 최고 146km의 공을 던졌으나 중전 안타를 허용했다. 이날 경기도 롯데가 2-0 승리를 거뒀으니 용덕한의 판정승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김명성의 공을 접한 데 대해 용덕한에게 묻자 “초구 직구가 146km이 나왔는지는 솔직히 몰랐다. 빨라졌다고는 해도 약간 볼 끝이 가벼운 편이었고 모서리 제구도 약간 아쉬웠다는 생각이다.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시범경기가 개막하기 전 페이스를 올리는 상태였던 만큼 김명성의 구위가 시즌 개막에 맞춰 올라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김명성이 팀의 기대대로 투구 감을 찾고 구위를 끌어올린다면 올 시즌 스윙맨-롱릴리프로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트레이드 손익을 거래 후 수 개월 내 판단하고 지레짐작하는 것은 섣부른 감이 있다. 당장 필요해서 바꾼 입장도 있고 미래 가치를 생각해 바꾼 입장도 있기 때문이다. 투수들의 마음을 잘 파악하고 전략 이해도가 높은 베테랑 포수와 일찌감치 병역을 해결한 재능 있는 우완 유망주의 트레이드. 이 트레이드가 올 시즌 ‘윈윈’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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