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의 남자가 되는가.
선동렬 KIA 감독은 2011년 10월 지휘봉을 잡자 젊은 투수에 관심을 보였다. 워낙 젊고 싱싱한 선수들을 좋아하는 스타일인데다 지키는 야구를 하기엔 중간계투진이 허약해 새로운 피의 수혈이 필요했다. 젊은 투수들을 대거 데리고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를 떠났다.
선 감독이 당시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에서 관심을 보인 투수는 루키 박지훈과 2년차를 앞둔 한승혁이었다. 그리고 이듬해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는 루키 홍성민을 지목했다. 세 투수 가운데 한승혁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지만 박지훈은 주력 필승맨으로 성장했고 홍성민은 풀타임 1군을 보냈다.

임기 2년째를 맞는 2013년에도 젊은 투수들에 대한 애정은 더욱 높아졌다. 올해도 베테랑 최향남과 유동훈에 기대기는 불펜의 힘이 여전히 약하다. 오키나와 실전캠프부터 "두 노장 투수는 없는 셈으로 치겠다"고 배수진을 치더니 젊은 투수들을 꾸준히 실전에 내보내면서 기용하고 있다.
현재 선 감독의 가장 많은 눈길을 받는 투수는 2년차 좌완 임준섭(24)이다. 작년 박지훈에 이어 드래프트 2위로 낙점을 받았으나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1년을 쉬었다. 지난 1월 스프링캠프부터 선 감독의 발탁을 받아 1군의 주력 투수로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임준섭의 장점은 직구에 있다. 포수들의 말에 의하면 오른손 타자에게 볼끝이 살짝 몸쪽으로 휘어져 들어가기 때문에 자연 싱커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땅볼이 많이 나온다. 아울러 체인지업의 각이 예리해 타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제구력도 뛰어나고 무엇보다 초구부터 공격적인 투구를 한다.
선 감독은 "타자와 승부할 줄 안다. 올해는 1군 요원으로 써먹을 수 있겠다"고 후한 평가를 내렸다. 임준섭의 보직은 선발 뿐만 아니라 불펜 모두 가능하다. 선 감독은 보완점도 지적했는데 바로 스피드였다. 오키나와 캠프에서 "140km가 넘지 않는다. 스피드만 2~3km 높이면 좋겠다"면서 아쉬움을 피력했다.
그런데 임준섭은 시범경기에서 선 감독의 걱정거리를 단번에 치유했다. 지난 12일 SK와의 광주 시범경기에서 첫 선발등판해 4이닝을 3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정규리그는 아니었지만 공식경기 1군 데뷔전에서 긴장하지 않고 자신의 볼을 던뎠다.
특히 최고 구속 142km를 찍었다. 임준섭은 "대학때는 145km 이상을 던졌다. 시즌이 시작되면 스피드는 좀 더 올라갈 것이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선동렬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은 임준섭이 'SUN의 남자'로 성장해 불펜의 희망이 될 것인지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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