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버릇과도 같이 강조하는 말을 팀은 지키지 못하고 있다.
염 감독은 지난해 말 취임 후 선수들에게 "쉽게 점수를 줘서는 안된다"고 말해왔다. 염 감독은 "한 번 쉽게 점수를 주고 따라가려면 팀이 두 배로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베이스를 덜 가게 막고 한 점이라도 덜 줘야 이기기 쉽고 추격하기도 수월하다.
그러나 최근 시범경기에서 넥센은 어렵게 점수를 뽑는 반면 매우 쉽게 점수를 내주고 있다. 최근 넥센의 플레이가 가장 잘 드러난 경기가 2-0으로 앞서다 2-7로 패한 16일 대구 삼성전이다.

넥센은 이날 점수를 내지 못하다 4회 박병호의 솔로포로 선취점을 뽑았다. 넥센은 5회 박동원의 솔로포로 추가점을 내며 2-0으로 앞섰다. 화끈한 대포쇼였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홈런 외 다른 득점 루트는 없었다.
그러나 점수를 내주는 과정은 허무했다. 5회 올라온 이보근은 선두타자 김상수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도루를 허용했다. 이어 배영섭에게 우전적시타를 맞고 조동찬, 이승엽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해 만루 위기를 맞았다. 결국 최형우에게 2타점 우중간 안타를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다.
흔들린 이보근은 김태완에게 다시 볼넷을 내줘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박한이에게 희생플라이, 신명철에게 2타점 적시타, 김상수에게 적시타를 맞고 5회 한 회에만 7실점을 하며 무너졌다. 염 감독은 이보근이 7실점을 하는 동안 마운드에 세워두고 지켜봤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3승3패를 기록한 넥센은 3패가 모두 선취점을 어렵게 뽑고도 지키지 못한 역전패였다는 점이 뼈아프다. 홈런으로 점수를 내기는 매우 어렵지만 볼넷 등 마운드의 자멸은 순식간이다. 넥센이 이번 시범경기를 통해 보완해야 할 점은 예상보다 커보인다.
염 감독은 지난 14일 목동 한화전에서 2이닝 동안 5개의 볼넷을 내준 김상수를 2군에 내려보내는 '충격요법'을 썼다. 당당하게 타자들과 승부하지 못하고 실점을 하는 투수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아직 그 효과가 마운드 전체에는 퍼지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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