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6, LA 다저스)의 5번째 시범경기 상대는 당초 예상됐던 애리조나가 아닌 밀워키 브루어스로 결정됐다. 6일 만의 재대결이다.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관건은 역시 직구와 4회라고 할 만하다.
류현진은 18일(이하 한국시간) 밀워키전에 선발 등판한다. 이날 다저스는 팀을 두 개로 나눠 시범경기를 벌이는데 당초 류현진은 애리조나전 선발이 유력했다. 그러나 또 하나의 선발 요원인 테드 릴리가 독감 증세에서 회복해 등판이 가능해짐에 따라 일정이 변경됐다. 릴리가 애리조나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하고 류현진은 밀워키와의 홈경기에 나선다.
밀워키는 낯설지 않은 팀이다. 바로 직전 등판인 지난 12일 상대팀이었다. 당시 류현진은 팔꿈치에 이상이 발견된 잭 그레인키 대신 선발 등판해 4⅔이닝 동안 5피안타 2볼넷 3탈삼진 3실점으로 패전을 안았다. 어찌 보면 당시의 기억을 갚아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도 볼 수 있다.

류현진은 지난 4차례의 등판(선발 3경기)에서 10⅔이닝을 던지며 2패 평균자책점 5.91을 기록하고 있다. 시범경기 성적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지만 이제는 조금씩 자신의 가치를 보여줄 때가 됐다. 가뜩이나 선발 로테이션 경쟁이 치열한 다저스다. 많은 돈을 받으며 기대를 모으고 있으나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어쨌든 새내기 신분인 류현진이다. 마냥 여유를 부릴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보폭을 넓힐 필요도 있다.
류현진의 투구수와 소화이닝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시즌을 앞두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류현진은 지난 밀워키전에서 78개의 공을 던졌다. 80개 정도가 팀에서 설정한 투구수였다. 이번 경기에도 80개 혹은 좀 더 많은 공을 던질 가능성이 높다. 제한된 투구수로 이닝을 효율적으로 잡아먹는다면 코칭스태프에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직구와 4회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류현진은 지난 밀워키전에서 다양한 변화구를 실험했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변함없는 위력을 발휘한 가운데 3번째 구종인 커브도 시범경기 들어 가장 잘 먹혔다.
다만 미국 언론들은 여전히 직구의 힘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변화구의 위력이 직구의 위력과 정비례한다고 봤을 때 류현진으로서는 이 부분에 대한 발전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 서서히 몸 상태가 올라오고 있음을 고려하면 좀 더 힘 있는 직구를 던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항상 고비가 됐던 4회를 잘 넘기는 것도 중요하다. 4회는 보통 타자들이 두 번째 타석을 맞이하는 시기다. 한 번 공을 본 타자들로서는 선발투수에 적응이 된다. 자연히 공이 방망이에 맞을 확률은 높아진다. 류현진은 대개 이 지점에서 고전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이겨내야 선발진 진입이 가능하다. 설사 이번 경기에서는 투구수에 걸리더라도 5~6회 이상을 거뜬히 책임질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한편 밀워키전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밀워키 타자들은 이제 더 이상 류현진을 모르지 않는다. 좀 더 적극적인 공략법을 들고 나올 만하다. 이에 맞서는 류현진의 대책도 흥밋거리다. 어차피 시즌에 들어가면 여러 차례 상대하는 팀이 나오기 마련이다. 서로를 공략하려는 머릿싸움이 치열하고 이 승패에 따라 경기 양상이 완전히 바뀌기도 한다. 류현진이 이 상황을 얼마나 슬기롭게 넘기느냐도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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